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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행복해요 명품시장은 요지경

Posted July. 14, 20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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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

샤넬은 올 5월 제품 가격을 평균 25% 올리며 유럽 명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불을 붙였다. 샤넬은 가격을 올리기 한 달 전부터 매장 등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계획을 알려 오히려 홍보효과를 거뒀다. 마침 봄 결혼시즌이 겹치면서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자는 샤넬 광풍이 불었다. 가격 인상 하루 전인 4월 30일에는 제품 재고가 남은 지방에 있는 백화점으로 원정까지 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격 인상은 오히려 호재가 됐다. 올 상반기(16월) 서울 주요 백화점의 샤넬 매출은 국내 진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롯데백화점이 전국 29개점의 전년 동기 대비 명품부티크(패션+잡화) 매출신장률을 집계한 결과 올 4월에는 신장률이 67.5%로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매출신장률이 10.6%인 것과 크게 차이 나는 수치. 한 경쟁사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오래전부터 공지하면서 인상 직전 매출이 집중되게 하고 그 자체가 홍보효과를 내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가 줄지 않는 명품의 특성 때문에 업체들이 마음껏 가격을 올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치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구매 결정에 과시욕, 허영심 등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렌 효과가 작용한다는 것.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명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른다고 예상하기 때문에 명품회사들이 신제품 출시에 맞춰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샤넬 같은 대표적인 브랜드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다른 브랜드들도 줄지어 인상한 데서 알 수 있듯 가격 인상은 브랜드 간 자존심 대결이란 해석도 있다. 한 명품패션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1층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초고가 명품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따르는 만큼 백화점과의 관계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가격을 높이려는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 역시 경쟁사 제품의 가격이 먼저 오를 경우 자사 제품의 격이 떨어져 보일까봐 이에 맞춰 올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가격 인상에 대한 업계의 속사정

사실 EU 지역 브랜드라고 해도 이들이 FTA를 역주행하는 데는 남모를 사정이 있다. 올 2, 6월 두 차례에 걸쳐 제품 값을 올린 루이뷔통은 현실적으로 이번 FTA로 인한 관세 철폐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루이뷔통 전 제품은 홍콩을 거쳐 유입된다. 한-EU FTA에 따라 EU 국가가 아닌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해당 국가 관세를 거쳐 유통되는 경우는 효력이 없다. 최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려 비난을 받고 있는 프라다 역시 홍콩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다.

명품업체의 본사가 국내 시장과 소비자를 아직 성숙한 단계로 보지 않는 게 내부적 저항감 없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렌드컨설팅전문업체 PFIN의 이정민 이사는 명품업체 본사들은 아무래도 진출 역사가 길어 브랜드 가치, 가격 대비 품질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성숙한 시장에서보다 신흥 시장에서 가격 인상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명품 화장품 브랜드매니저 A 씨는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올 들어 국내 시장이 일본 시장만큼 커진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들을 절대로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지만 성숙한 시장인 일본의 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정보력이 더 많아 가격을 함부로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본사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김현진 정효진 bright@donga.com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