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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90% 이탈 처벌압박에 두손 (일)

Posted June. 28, 2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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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노사갈등 사태가 190일 만에 타결된 것은 파업이 더 길어지면 노사 모두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노사는 24일부터 진행한 끝장 토론 끝에 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다. 노조 총파업에 직장폐쇄로 맞선 사측에는 치열한 조선업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통 분담이라는 거대한 짐이 남겨졌다.

원칙에 무너진 투쟁동력

노조가 이날 총파업을 전격 철회한 데는 이달 12일 벌어진 외부 노동 및 진보단체 회원 400여 명의 영도조선소 불법 점거 및 폭력사태 영향이 컸다. 이 사태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 출석 요구가 잇따르는 등 형사처벌 수순도 시작됐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노조원들이 겪은 장기간 생활고도 크게 작용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 가운데 90%가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에서 이탈해 회사 조업재개 교육에 참석했을 정도다. 사측이 파업 주동자, 참여자, 직장폐쇄 이후 조선소 무단출입자 등을 상대로 낸 53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도 영향을 미쳤다.

부산지법이 최근 파업 중인 노조원에게 퇴거 및 출입금지 결정을 내리고 경찰력을 요청한 것도 노조가 감당하기에 큰 압박이었다. 이날 부산지법은 집행관들을 동원해 점거 노조원 대부분을 회사 밖으로 내보냈다. 최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 자율해결을 기다리겠지만 불법행위가 도를 넘거나 파업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면 앞으로 (공권력 투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내외부 시선도 노조에게 큰 부담이 됐다. 노조는 공권력이 투입되면 예전처럼 노조가 피해를 입을 상황이 될 게 뻔하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복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는 노사 고통 분담

한진중공업은 당장 먹고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측은 조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수개월째 조선소 독(dock)에 묶여 있는 선박 4척부터 건조를 끝내고 신규 물량을 수주할 계획이다. 한진중공업은 기존 수주물량인 4척을 선주사에 인도하지 못해 하루 3만 달러(약 3250만 원)씩 100억 원가량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다. 회사 측은 6개월 넘게 이어진 파업으로 매일 4억 원가량 손해가 발생해 현재 피해액이 470억5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수주한 선박은 한 건도 없다. 따라서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일감이 없는 게 문제다. 회사 측은 유럽 선사를 주요 목표로 좀 더 적극적인 영업을 벌여 컨테이너선이든 액화천연가스(LNG선)이든 되는 대로 물량을 수주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선박 수주가 쉽지만은 않다. 경쟁사보다 독과 크레인 규모가 작아 생산력에서 차이가 나고 물류비는 더 많이 드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주를 하더라도 설계 등 건조 작업까지 8개월 이상 걸려 당분간 파업 여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결국 노사 모두 당분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해야 할 상황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당분간 파업 후유증이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빨리 수주를 해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에 불만을 품은 일부 강성 노조원이나 협상 타결에도 타워크레인에서 시위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다음 달 9일 예정된 노동 및 진보단체 회원들의 2차 조선소 방문 문제 등도 앞으로 노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윤희각 김현지 toto@donga.com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