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금산분리 완화 부작용 막을 대책 필요하다

[사설] 금산분리 완화 부작용 막을 대책 필요하다

Posted June. 15, 2011 03:05,   

日本語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구속 중) 등은 그룹 5개 계열 은행에서 총 4조5942억 원을 불법으로 대출 받았다. 박 회장 등은 부동산 사업을 직접 시행하기 위해 120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대주주와 무관한 독립사업체인 것처럼 위장했다. 저축은행이 대주주에게 대출을 해줄 수 없도록 규정한 저축은행법을 위반한 것이다.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납골당 개발, 휴양지 개발, 선박 투자, 캄보디아 신도시 개발 등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을 문어발처럼 만들었지만 실제 시공에 들어간 것은 21개에 불과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핵심은 금융회사를 운영할 자질도 능력도 없는 사업자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저축은행 돈을 불법으로 끌어 쓴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고, 금감원 간부를 뇌물로 매수하거나 감사 자리에 앉혀 공범으로 이용했다. 금융계에서는 부산저축은행 식의 영업행태가 다른 저축은행에 없으리란 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한국 금융업계의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산분리는 제조업 건설업 등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제도다.

금산분리 완화는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이다. 2009년 은행법 개정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가 4%에서 9%로 늘어난데 이어 정부는 산업자본이 금융 계열사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는 대주주와 경영진이 금융회사의 대출 심사기능을 무력화시키고 감독기능마저 매수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풍토에서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산업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저축은행 사태로 이달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불투명해졌다. 금산분리 완화 이후 금융회사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막아낼 장치가 적절히 갖춰졌는지 이번 기회에 재점검해야 한다. 감독원 직원의 청렴 의무를 강화하는 조치도 필수적이다. 금융회사가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는 감독기능이 지금처럼 무너져서는 금융산업 건전화를 기대할 수 없다. 대주주의 탐욕을 제어할 장치가 업거나 고장 나면 금융산업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는 산업자본 외에 국내 연기금 풀(pool)이 은행을 인수하거나 은행 간 또는 은행과 금융회사 간에 주식 교차보유를 허용하는 방안도 거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