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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중방문 직후 서울 온 키신저 박정희 만나 대북전략 조언

1973년 중방문 직후 서울 온 키신저 박정희 만나 대북전략 조언

Posted March. 29, 20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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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중동전쟁(1973년 10월)의 교훈은 (남한이)북한의 도발에 반격을 나설 경우 국제정치 환경은 (강원도) 원산을 차지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겠지만 평양까지 얻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1973년 11월 16일. 청와대를 예방한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은 중동문제를 화두로 올리며 북한의 도발위협을 우려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유엔은 무력으로 확장한 영토를 승인하기 보다는 최악의 사태를 막는데 더 관심을 갖는다는 것. 세력균형에 입각한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이기도 한 키신저는 닉슨 행정부가 정권을 잡고 있는 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전쟁발발 이전의 상태(status quo ante)로 되돌릴 수 있는 강력한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안심 시켰다.

이 같은 내용은 2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당시 박 전대통령과 키신저 장관의 대화록(일급비밀)을 통해 밝혀졌다. 국무부는 최근 동북아 및 동남아 관련 비밀문건(19731976년)을 비밀해제했다. 한반도 관련 문건 61점도 포함됐다.

키신저 전 장관의 방한은 한국에는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국가주석과 저우언라이() 총리를 만난 직후 이뤄진 것이었다. 22년만의 한국 방문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뜻밖에 중동문제를 화제로 올렸다. 그해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의 시나이반도 및 골란고원 기습공격을 상기시킨 박 전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한반도에서도 똑같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키신저 장관의 견해를 구했다. 키신저는 이집트와 시리아의 공격이 이뤄진 직후 미국의 전략은 소련의 무기 지원을 받는 쪽은 결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로 비밀에 부쳐야 할 사실이라면서 4차 중동전쟁이 휴전에 이르기 직전 자신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사실을 털어 놓았다. 키신저는 내가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48시간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을 계속할 수 있었고 그때 시리아와 이집트가 군사적 패배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는 당시 사전 양해 없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한반도 문제가 주요의제로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후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지만 미군의 주둔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973년 8월 24일자로 필립 하비브 당시 주미한국대사는 백악관으로 보낸 전문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이같은 만남(베이징 북미접촉)을 외부로 공개해 미국이 한국정부를 제치고 북한과 직거래를 한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며 중국이 한국과 직접 면담을 하기 전에 북미 2차 접촉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한국의 요구라고 했다.

1973년 7월 25일자 문건은 한국군 현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원관련 내용을 담았다. 키신저가 닉슨 대통령에게 보낸 이 비밀문건은 현재 한국 지상군의 능력은 북한에 비해 50% 이상 크지만 한국 공군 방위력은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해 1월 16일자 국가안보회의(NSC) 문건은 하비브 대사가 본국에 보낸 전문에서 1974년부터 주한 미군의 숫자를 감축하기 시작해 1976년 까지 지상군 철수를 완료해야 한다는 제안서가 접수됐음을 보여준다.

국무부 내부회의(1974년 1월 28일)에서 한국관련 브리핑에 나선 하비브 대사는 한국의 국내사정이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정부의 권위주의적 성격강화는 내부의 저항을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행동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럴수록 한국사회에 대한 공고한 통제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비브 대사는 키신저 장관에게 미국이 공개적으로 아무런 비난을 하지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적당히 조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키신저 장관은 내가 그럴 것 같지는 않다며 우리가 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했다. 키신저는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우리가 투자할 가치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