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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제역, 장태평 담화문과 유정복 담화문

[사설] 구제역, 장태평 담화문과 유정복 담화문

Posted January. 29, 201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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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구제역 사태를 두 차례 겪으면서 내놓은 대국민 담화문의 내용이 판박이다. 12월 29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연단에 선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정부는 경기도 양주, 연천지역 돼지사육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위기관리 태세를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8개월 전인 4월 22일 맹 장관과 함께 마이크를 잡은 장태평 당시 농수산 장관은 정부는 충북 충주의 돼지 사육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위기관리 태세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구제역 발생 지역만 경기도에서 충북으로 바뀌었다.

유 장관은 이어 축산농가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방역대책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장 전 장관의 담화문과 완전히 일치하는 문장이다. 유 장관의 담화문은 1928자로 1709자였던 장 전 장관의 담화문보다 219자 늘어났다. 가장 큰 차이는 유 장관이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관을 단장으로 하는 구제역 정부합동지원단을 경기도 제2청사에 설치하여라는 문장(105자)을 추가한 점이다. 장 전 장관이 구제역 발생 지역의 쇠고기 돼지고기 등은 시중에 유통될 수 없으므로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라고 했던 것을 유 장관은 국민 여러분은 우리 축산물을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 구제역 발생지역의 쇠고기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라고 고쳤다. 일부 단어를 바꿔 넣었지만 주요 정보는 100% 똑같다.

담화문이 나오던 시점의 구제역 확산 및 피해 상황은 영 딴판이다. 12월 29일은 구제역 발생 31일째로 가축 살처분이 무려 52만여 마리에 이른 시점이다. 구제역 발생 14일째로 4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던 4월 22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컸다. 정부가 가축 전염병 때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까지 구성한 것은 12월이 처음이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나 꾸려지는 대책본부를 설치하면서 발표하는 입만 달라진 앵무새 담화문을 낸 것이다. 정부는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면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국민에 요구했어야 옳다.

살처분 가축이 288만여 마리에 이르러 축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어제 지난 50년 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구제역이 한국에 발생했다며 아시아 각국에 경계령을 내렸다. 유 장관은 어제 현재 구제역 사태를 조속히 종식시키고 수습한 다음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밝혔다. 그는 장관을 그만둬도 국회로 돌아가면 그만이겠지만 축산농정은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졌으니 어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