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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격-남대응 재구성 (일)

Posted November. 24, 20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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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8시 20분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 위치한 서해지구 군 통신 운영단으로 북한이 보낸 팩스 한 장이 들어왔다. 한국군이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연평도 인근에서 실시할 계획인 사격 훈련과 관련해 북측 영해로 사격을 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전통문)이었다.

이에 한국군은 호국훈련과 무관한 통상적인 것이라며 예정된 사격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답신했다. 그 뒤 연평도 K-9 자주포 부대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2시 25분까지 연평도의 서남쪽 해상으로 포 사격 훈련을 했다.

사격 훈련이 끝나고 9분이 지난 오후 2시 34분, 북한군은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10km 떨어진 무도 해안포기지에서 연평도 K-9 자주포 부대를 정조준해 해안포 24발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포격 도발이라 K-9 자주포 부대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군이 정조준했기 때문에 한국군의 피해는 컸다. 한국 해병 2명이 목숨을 잃었고 6명이 중상, 10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해병대는 북한의 포격 후 13분이 지난 오후 2시 47분 K-9 자주포로 대응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1차 포격 도발은 20여 분간 간헐적으로 이어지다 오후 2시 55분부터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북한군은 오후 3시 10분부터 오후 3시 41분까지 다시 포격을 가했다. 북한군은 한국군의 대응사격이 거세지자 무도에서 2km 떨어진 육지의 개머리 해안포기지에서도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엄호 포격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군과 북한군이 서로 포격을 주고받는 국지전 상황이 벌어졌다. 포탄의 일부는 바다에, 일부는 상대방 내륙지역에 떨어졌다.

K-9 자주포는 화력이 강해 2500m에 걸쳐 타격을 줄 수 있는 반면 북한 해안포의 타격 면적은 250m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는 북한군의 포격에 연평도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포탄이 마을에도 떨어지면서 민가들이 포격에 맞아 불타기 시작했다. 야산에는 포격으로 산불이 나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쾅 쾅 터지는 포격과 시커먼 연기 등으로 겁에 질린 주민들은 지하방공호 등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연평도 주민 1600여 명이 방공호로 대피했지만 주민 3명은 북한의 포격에 부상을 입었다.

북한은 해안포 가운데 주로 곡사포를 활용한 듯했다. 연평도 마을은 대체로 섬 뒤편에 있어 북한 해안포가 마을을 공격하려면 연평도의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사포로는 마을을 타격할 수 없다. 북한은 해안포로 곡사포와 직사포를 모두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된 직후 즉각 위기조치반을 소집하고 국지도발 발생 시 최고의 대응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진돗개는 국지도발이 일어났을 경우 내리는 비상경계명령이다. 무장공비가 침투하면 데프콘이 아니라 진돗개가 발령되며 진돗개 셋부터 진돗개 하나까지 점차 강화된다. 1996년 강원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강릉 일원에는 진돗개 둘이 발령됐고 기타 인접 지역에는 진돗개 셋이 내려진 바 있다.

북한군의 포격이 시작되자 공군은 오후 3시 40분 교전이 벌어진 서해 5도 지역에 F-15K 4대와 KF-16 4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한국 전투기들이 뜨자 북한 전투기들도 북한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남북의 전투기들은 자신의 상공에서 초계비행을 하며 혹시 모를 확전에 대비했다.

해군도 2함대사령부 보유 함정을 연평도 인근으로 긴급히 이동시켰다. 다만 사거리 8395km에 이르는 북한의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의 사거리를 피해 교전지역으로부터 4060km 지점에서 대기했다.

북한군의 포격이 끝난 뒤 군 당국은 남북 장성급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도발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경고 후에도 계속 도발할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