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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것 달라 거리 험악 폭동 우려 구호품 미리 못풀어 (일)

먹을것 달라 거리 험악 폭동 우려 구호품 미리 못풀어 (일)

Posted January. 18, 20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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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생활 끼니도 제대로 못 때워

무너진 대통령궁 앞 잔디 광장에는 수백 명의 이재민이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었다. 하루에 몇 차례씩 계속되는 여진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합세하면서 천막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션기요 마다(여) 씨는 여동생 내외가 이번에 죽으면서 고아가 된 조카 2명까지 합쳐 세 가족이 모여 살고 있다며 지진이 난 당일에 이곳에 나온 이후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손에 돈을 조금 쥐고 있는 사람들도 급등하는 물가로 괴로워하고 있다. 손바닥만한 비닐봉지에 담긴 식수 한 봉지는 1구르드(약 30원)에서 2구르드로 올랐고 주로 빈곤층이 식사대용으로 먹는 흙으로 만든 과자는 전에는 5개에 5구르드였는데 지금은 3개에 5구르드를 받는다. 조미료 한 봉지는 40구르드에서 50구르드로 뛰었다. 휘발유를 수입하지 못해 주유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자동차들도 멈춰 섰다.

삶이 궁핍해지면서 도시를 등지는 사람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돈을 벌어보기 위해 포르토프랭스로 왔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부상자들은 치료 받지 못해 발 동동

마실 물이 부족해도 그나마 몸이 성한 사람들은 다행이다. 병원 시설이 열악하고 의료진이 부족해 부상자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테솔레유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만난 예술라 씨(21여)는 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팔과 다리가 으스러져 병원을 찾았지만 아직까지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많고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술라 씨는 비틀어진 다리에 종이박스로 부목을 만들어서 대고 있었다. 그는 지진 당일 병원에 왔는데 사흘째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이 병원에는 예술라 씨와 같은 골절 등 부상자 수백 명이 병원 앞마당 텐트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아이들이 갈 곳도 마땅치 않다. 포르토프랭스에서 북서쪽의 차로 40여 분 떨어진 도시인 카르푸르의 고아들의 휴식처라는 이름의 보육원은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가 없다. 돈이 부족해 현재 데리고 있는 아이들도 보살피기가 버거울 정도여서 더는 아이들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위로즈 달레그랑 씨(55여)는 현재 17명의 아이를 데리고 있다며 후원금 지원도 거의 없고 유엔에서 일주일에 한 끼의 식사를 주는 게 전부다. 40명까지 데리고 있다가 돈이 부족해 절반 이상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재민에 닿지 않는 구호물자

상황이 이런데도 각국에서 밀려들어오는 구호물자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나 아이티 정부가 구호물자가 충분히 비축될 때까지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구호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을 시작하면 물자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간혹 민간 구호단체들이 생필품을 나눠줄 때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유엔군의 호위를 받기도 한다. 또 구호물품 보관소 앞에는 음식 등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한국 등 외국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소나피공단 입구에도 음식과 생필품을 얻으려는 현지인들이 입구에 진을 치고 있다. 이곳의 치안을 맡고 있는 유엔군은 현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아직은 시민들의 대규모 소요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포르토프랭스에 들어온 도미니카공화국 주재 한국대사관의 최원석 참사관은 치안 문제가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서민들의 생활고가 커질수록 폭동 발생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