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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 막후실세 오자와 국민대 특강(일)

일본정부 막후실세 오자와 국민대 특강(일)

Posted December. 14, 20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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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이치로() 일본 민주당 간사장은 12일 일본과 일본 국민으로서 (한국인에게)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될 역사적 사실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에서 열린 초청 특강에서 이같이 밝힌 뒤 그러나 과거사만 말하고 생각하면 미래 한일관계에 어떤 좋은 결과도 초래되지 않는다며 양국 간 긴밀한 협력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재일동포 지방선거 참정권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자세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와 내각도 같은 생각일 것이기 때문에 내년 국회에서는 현실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날 특강은 일본 정부 막후 실세로서의 자신감이 유감없이 표출된 자리였다. 강연과 질의응답 2시간 동안 오자와 간사장의 몸가짐은 조심스러웠지만 의사표현은 자유로웠다. 자신이 당무를, 하토야마 총리가 정무를 분담했기 때문에 일본 정치와 정책 현안에 대한 언급과 질문은 사양했지만 그 밖의 사안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일본인이 자립심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섬이라는 지리 조건 덕에 간섭과 경쟁 없이 긴 평화를 누리다 보니 일본인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해 결론을 내거나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본 관료에 대한 평가도 인색했다. 그는 리더십과 공부의 관계를 말하다 학교 성적만으로는 도쿄 가스미가세키() 중앙관료들이 최고일 것이다. 그러나 평이 나쁜 것도 거기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니트(NEET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족 대책을 묻자 그는 일본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전제하면서도 공부에도 일에도 생각이 없는 사람을 키워낸 부모의 잘못이라고 한마디로 일갈했다. 올해 중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가 다수 당선된 것과 관련해 일본 남성은 물건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팔짱을 끼고 굳은 얼굴을 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띈다는 질문에는 지지자들은 항상 웃으라고 하지만 24시간 웃기만 하면 바보라며 형식적인 토의는 지루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매스컴이 나를 싫어하니까 그런 장면만 내보낸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특강 뒤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훈현 9단과 친선 바둑을 뒀다. 상당한 바둑실력을 자랑하는 오자와 간사장이 한국기원에 부탁해 이뤄진 대국이었다. 넉 점을 깔고 둔 오자와 간사장이 접전 끝에 7집을 이겼다. 한국기원은 공인 아마 6단증을 수여했다.

개인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오자와 간사장은 수행원 3명만 동행했고 렌터카 승합차를 타고 다녔다. 주한 일본대사관에도 마중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날 일본 언론은 아사히신문과 NHK 등 12개 언론사 기자 30여 명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민동용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