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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LG와 GE

Posted May. 31, 200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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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1878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이 모체다. 전기 전자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금융 발전설비 의료장비 항공기엔진 등 거의 모든 업종에 진출한 세계 최대 기업이다. 1990년대 GE의 혁신을 이끈 잭 웰치 당시 회장의 성공 사례를 보고 국내 재계에 GE 따라하기 열풍이 분 적도 있다. LG전자의 고위 임원들은 크로톤빌 연수원을 찾아 6시그마 같은 GE의 혁신운동을 열심히 벤치마킹했다.

GE가 가전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LG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GE 가전사업부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식기세척기 같은 백색가전이 주력제품으로 지난해 매출은 70억 달러(세계 10위)였다. 하지만 미국시장에선 20% 점유율로 월풀에 이어 2위다. 세계 가전업계 매출 3위인 LG전자(126억 달러)가 GE의 가전을 사들이면 1위인 월풀(194억 달러)을 제치고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GE를 인수했다는 것만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는 이점도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27일 GE 매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하자 방한 중인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다음 날 (인수 후보 중) LG전자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LG는 GE가 내민 손을 선뜻 잡지 않고 있다. 50억80억 달러로 추정되는 인수 대금이 부담스럽고 두 회사의 제품이 많이 겹쳐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그렇다고 아예 인수를 포기하자니 경쟁업체들의 동향이 신경 쓰인다.

GE가 가전사업을 접기로 한 것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다 미국 경기 침체로 수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당 시장에서 1위나 2위가 될 싹이 보이지 않으면 과감하게 철수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핵심 분야에 집중하는 게 GE식 경영이다. LG전자도 가전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가는 유망 신규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한다. 철저한 손익 계산과 성장성에 대한 판단이 최대의 잣대다. 왕년에 한수 가르쳐준 GE가 손짓을 한다고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 수 없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

박 원 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