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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말소 백지광고 아하 이랬었구나

Posted May. 17, 2008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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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일장기가 있다면 여러분 기분이 어때요?(학예연구원)

나빠요!(아이들)

그래서 동아일보 기자 아저씨들이 일장기를 없앴지요.(학예연구원)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내 신문박물관(프레시움PRESSEUM). 첫 서울 나들이에 나선 전남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 초등학생 11명이 손기정 선수 일장기 삭제 사건을 들으며 눈을 반짝였다.

학예연구원이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에서 손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보도하며 앞가슴의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가리키자 아이들은 일제히 얼굴을 내밀었다.

장승민(12금산초교 6학년) 군은 일장기를 지운 기자들이 총독부에 끌려가 고생했다는데 용기 있는 분들이었던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신문박물관에는 1883년 한성순보 창간에서 2000년에 이르기까지 한국 신문이 걸어온 100여 년의 역사와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80여 년 동안 일제의 폭압과 독재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한국 언론이 걸어온 길을 묵묵히 앞장서 왔던 동아일보의 발자취도 담겨 있다.

2000년 12월 15일 설립된 이래 신문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지난해까지 34만4045명. 매년 관람객 수가 늘어 2007년에는 6만8121명으로 2006년에 비해 35%가량 급증했다.

관람객 층도 다양해졌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의 발길이 늘어나며 관람객의 연령도 한층 낮아졌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들이 오듯 찾는 가족들도 많아졌다.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띈다.

동아일보 지령 2만7000호 발행을 하루 앞둔 16일 신문박물관을 찾은 벨기에인 그레고리 림펜스(32연세대 어학당) 씨는 어학당에서 열리는 언론의 자유 좌담회를 준비하기 위해 들렀다며 동아일보가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고 투쟁한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한국 언론의 역사를 접하며 미래를 꿈꾸고 돌아가기도 한다.

이날 신문박물관을 견학 온 명지대 언론과 사회 강좌 수강생 30여 명은 19741975년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와 최루탄과 화염병이 날아다니던 1980년대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생생한 보도를 위해 노력한 본보 기자들의 노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1975년 12월 26일자 동아일보 백지광고를 유심히 지켜보던 민경인(19북한학과 2학년) 씨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했던 동아일보가 항상 그 모습을 지켜가길 바라고, 나 또한 그런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