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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충성 해야할지

Posted March. 04, 2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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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함께 국정을 이끄는 양두정치 시대가 열림에 따라 누가 실질적인 최고 권력을 쥐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실시된 대선에서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제5대 러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3일 발표했다. 개표가 99% 진행된 이날 오전 10시 선관위 집계 결과 메드베데프 부총리의 지지율은 70.2%였다. 러시아 공산당수 겐나디 주가노프 후보의 지지율은 17.7%, 자유민주당 총재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후보의 지지율은 9.3%에 그쳤다.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인 메드베데프 당선인은 5월 7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푸틴 현 대통령을 총리로 임명할 예정이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두 지도자가 동시에 행정부에서 집무하는 초유의 시대를 맞아 크렘린 권력 핵심층 인사들이 누구 편에서 일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크렘린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기업가들도 푸틴 현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차기 대통령의 인맥 가운데 어디에 줄을 댈지 난감한 상황이다.

모스크바에 파견된 각국 외교단도 5월 7일 이후 전현직 국가원수 가운데 누가 의전 우선순위를 가지며 최종 결재 라인에 있게 될지 알 수 없어 사태를 관망 중이다.

이 같은 혼선이 빚어진 것은 총리로 자리를 옮길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선인의 권력 분할 방식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드베데프 당선인은 2일 밤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콘서트 공연장에 나와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헌법상 최고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집권 8년간 러시아를 연간 78%의 고속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의 2인자에 만족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러시아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권력 배분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푸틴 대통령이 총리가 된 뒤에도 지금처럼 최고 권력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다. 모스크바 정치평론가 나탈리야 바바예바 씨는 최고 권력이 총리에게 넘어갈 경우 현재의 크렘린 핵심 인사들이 새 대통령을 어느 수준에서 예우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둘째는 전현직 대통령이 동등한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그러나 러시아 헌법상 이런 권력 양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새 대통령이 완전히 새로운 권력 기반을 창출하는 시나리오도 주목받고 있다. 이럴 경우 세르게이 소뱌닌 여당 선거본부장 등 신진 그룹이 크렘린 요직을 차지하면서 정계 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대통령이 이고리 세친 대통령행정부실장 등 실로비키(정보기관 군 경찰 출신 인사들)의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할 것인지가 정국 안정의 변수다.

바바예바 씨는 러시아 정치는 제도보다는 지도자의 개인의 리더십에 좌우되어 왔다며 두 지도자가 절묘한 방식으로 역할을 나눠 상하 및 수평관계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