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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현대사 수업

Posted September. 23, 2007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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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립한 신생국이 140여 개국에 이르지만 한국만큼 성공한 나라는 극히 드물다. 1960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에서 2만 달러(올해 추정치)를 넘긴 경제발전과 민주화는 드라마처럼 감동적이다. 그런데 좌파 진영은 우리의 현대사를 실패한 역사로 규정한다. 건국 이후 격동의 현대사에 대해 각자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전면 부정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독재정권 시절 좌파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극단적 역사관이 우리 사회에서 큰 물줄기를 형성해 왔다. 1980년대에는 좌파적 역사인식을 담은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책들이 대학생 필독서였다. 독재정권은 종식되고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으나 좌파의 잘못된 유산이 학교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많은 학생이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는 쪽으로 집필된 교과서로 근현대사를 배운다.

선진국의 역사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자신의 역사관을 절대 내세우지 않는다고 한다. 객관적 관점에서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토론을 유도한 뒤 최종 판단은 학생 각자에게 맡긴다. 역사 해석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좌파 사관()을 주입하기 위해 학생들을 빨치산 성지로 데리고 가 현장수업을 한다. 수정 교과서 대안 교과서를 내놓고 좌파 역사교과서의 균형 잡기에 나서는 학자들도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직후 삼일절 기념식에서 우리 근현대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굴절을 겪었다는 역사관을 드러냈다. 리영희 씨를 비롯한 좌파 지식인의 역사관은 노 대통령과 386 세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역사 바로보기를 일부 학자들의 자원봉사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