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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울 강남구 의원들

Posted August. 24, 200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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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31지방선거에서 뽑힌 7대 지방의원()부터 급여를 받게 되면서, 그전에 지역 유지들이 주로 차지했던 지방의회에 젊은층과 전문직 출신이 많이 진출했다. 그러나 의정()의 내용과 질이 확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스스로 머슴이라며 주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 주려는 의원도 있지만 예산 낭비성 외유, 비리, 불성실한 의정활동 같은 구태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회 의원들이 연봉 인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엉터리 여론조사를 해 구설에 올랐다. 이 구의회는 내년 연봉 액수를 6100만 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올해 2720만 원에서 124%나 인상한 데 대해 주민의 눈길이 따스할 리 없다. 구의회는 절차상 거치게 돼 있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꼼수를 썼다. 올해 연봉을 밝히지 않은 채 인상액의 타당성만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주민자치위원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는 임의로 추출한 표본에서 모집단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강남구의회는 긍정적 답변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자치위원을 골라 조사를 한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는 정보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의 저자 대럴 허프는 통계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살피라고 조언한다. 구의원 연봉을 한꺼번에 배 이상 올리는 것에 주민들이 찬성하겠는가. 상식적으로.

재정자립도가 98%인 서울 강남구는 대한민국에서 부자 동네로 손꼽힌다.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고 주거 여건도 좋은 편이다. 주민의 교육 수준도 높다. 그런데 서울 강남구의회가 파격적인 연봉 인상에 앞장선 것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기초의회가 최소 배 정도의 연봉 인상에 나선다면 전국에서 가장 연봉이 낮은 충북 증평군의회를 기준으로 전국을 합산해도 554억 원의 세금이 더 필요하다. 서울 강남구 의원들은 지금도 세금 많이 내는 구민들 덕에 다른 지방의원들보다 더 누린다는 점을 왜 고마워할 줄 모를까.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