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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재선충

Posted March. 29, 200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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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등은 원래 가축의 질병이었으나 차츰 사람에게도 전염되도록 진화했다. 에이즈는 원숭이에게서 옮아 왔다. 이집트 미라의 마마 자국을 연구한 세균학자들은 천연두가 인간에게서 처음 발병한 것은 기원전 1600년경이라고 본다. 볼거리는 기원전 400년경, 나병은 기원전 200년경, 소아마비는 1840년, 에이즈는 1959년에 나타났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인간에게 기생하기 위해 지금도 변이 중이다.

스페인의 잔혹한 정복자들에게 희생된 아메리카 원주민도 많았지만 구대륙 세균에 희생된 수에 비하면 미미하다. 1520년대 약 2000만 명이던 멕시코 인구는 천연두가 아스텍족()에게 전염되자 90여 년 만에 160만 명으로 격감했다. 19세기 백인들은 북미 인디언들을 몰살하기 위해 천연두 환자가 덮고 자던 담요를 선물하기도 했다. 역시 효과 만점이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저서 총, 균, 쇠에서 이처럼 균의 변천과 교환으로 인류사가 자주 바뀌었다고 썼다.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1km 떨어진 숲에서 잣나무 두 그루가 재선충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잣나무에 붙은 재선충은 세계적으로 처음 발견됐다. 재선충은 원래 소나무의 병으로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여서 소나무 에이즈라 불린다. 1988년 일본에서 부산항으로 들어온 재선충은 이미 영남지방의 소나무 숲을 휩쓸었다. 지금은 백두대간을 타고 강릉까지 북상해 남산 위의 저 소나무도 위협받고 있다. 일본, 대만에서는 소나무가 거의 전멸 상태다.

광릉은 세조의 능이다. 그곳의 수목원은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수도권에 있는 산림자원의 보고다. 산림청은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1만5000평의 잣나무 2000여 그루를 베어냈다. 광릉 숲뿐 아니라 국내 최대의 잣 생산지인 경기 가평군 일대의 잣나무 숲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1mm짜리 재선충 벌레도 살려고 발버둥치겠지만 우리도 잣나무 숲을 그들에게 선선히 내줄 수는 없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