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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하게 날렵하게

Posted February. 28, 200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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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1요미우리)과 심정수(32삼성)가 홈런 경쟁을 펼치던 2003년의 일이다. 그해 삼성 소속이던 이승엽은 56개, 현대 소속의 심정수는 53개의 홈런을 쳤다.

홈런 수는 이승엽이 많았지만 많은 투수가 심정수를 더 어려워했다. LG의 한 투수는 심정수는 체격이 큰 데다 힘이 워낙 좋아 툭 쳐도 넘어갈 것 같다. 상대적으로 작은 이승엽은 정확한 타이밍에서 때려야 홈런이 나오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당시 몸짱은 단연 심정수였다.

심정수는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불린 국내 프로야구의 선두 주자다. 1994년 입단 때 체중은 85kg. 5년 뒤 95kg이 됐고 현대로 와서는 100kg까지 몸을 불렸다.

하루에 달걀흰자 수십 개를 먹으면서 몸을 키워 달걀귀신이라고도 불렸고, 우람한 덩치 덕분에 헤라클레스로도 불렸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첫 해인 2004년 극심한 부진을 보인 뒤에야 웨이트 트레이닝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체계적인 몸 불리기를 시작한 지 3년째가 된 올해 그의 몸은 국내에서 뛸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우람해졌다.

삼성 입단 당시 78kg으로 왜소했던 이승엽은 2003년 85kg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9596kg을 오간다.

단순히 몸무게만 늘어난 게 아니다. 지방이 빠져나간 자리는 근육으로 채워졌다. 3년 전 16%였던 체지방이 11%까지 줄었다. 이승엽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도한 오창훈 세진헬스 관장은 23년 전 복부에 있던 지방이 다 빠져나가 이제는 배에 왕()자가 생기기 일보 직전이다. 뱃살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이승엽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들이는 정성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난다. 심정수처럼 하루에 달걀흰자 수십 개씩 먹는 것은 기본.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기름진 음식과 탄산음료를 철저히 가린다.

지난주 모친의 49재를 위해 잠시 귀국했을 때도 산소를 잠시 들든 뒤 곧바로 헬스장에 나와 운동을 했다. 오 관장이 옆에서 지켜보면 간혹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은 심정수보다 이승엽의 몸이 커 보인다.

심정수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데는 다운사이징에 한창이라는 이유도 있다. 심정수는 지난해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과도한 체중 탓에 무릎에 무리가 갔고, 인조 잔디가 깔린 대구구장에서 뛰면서 상태가 더 악화됐기 때문.

웨이트 트레이닝은 여전히 열심히 하면서 살을 빼 100kg이었던 몸무게가 92kg까지로 떨어졌다. 심정수는 요즘처럼 몸이 가벼운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말한다. 27일 SK와 연습경기에선 2점 홈런도 쳤다.

커진 이승엽이나 작아진 심정수 모두 각자 홈런을 치는 데 가장 적합한 몸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이들을 상대할 투수들은 맞으면 홈런, 스쳐도 장타의 부담을 안고 던져야 할 듯싶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