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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한나라 여당 2중대가 깃발 든 날

Posted February. 07, 20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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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원내대표,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 의원 23명이 어제 집단 탈당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많은 국민이 기대하는 국민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떠난다며 고개 숙여 참회와 새 출발의 인사까지 했다. 국민 속의 노무현 혐오감을 비켜가고 실정()의 책임을 세탁하기 위한 탈당일 뿐인데도 끝까지 국민을 들먹이는 배짱이 놀랍다.

이미 있었던 6명의 개별 탈당과 어제의 집단 탈당으로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지 2년 10개월 만에 원내 110석의 제2당이 됐다. 하지만 탈당세력이든, 당내에 남아 있는 세력이든 방법론이 다를 뿐 목표는 같다. 노무현 상표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한 판이니 신장개업해 반()한나라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탈당파는 이미 정치권 바깥의 인사를 상대로 영입 교섭까지 시작했다고 한다. 영락없이 무늬만 바꾼 여당 2중대다.

탈당 예비군인 정동영 전 의장도 이날 대통합의 바다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그는 14일 전당대회 이후 신당 추진 방향을 둘러싸고 친노()그룹과 갈등이 빚어지면 탈당할 예정이다. 결국 부도에 대비해 부부가 협의이혼하더라도 언젠가는 합쳐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이던 노무현 후보를 압박하기 위해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소속의원들이 집단 탈당했던 연극을 다시 보는 듯하다.

이런 판에 노 대통령은 어제 여당 지도부 및 개헌특위 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당을 쪼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우리당 후보를 다 밟고 나가 밖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후보만 찾을 수는 없다고 탈당파를 비판해 혼란만 부추겼다. 자신이 민주당을 쪼갠 3년여 전의 일도, 외부선장론으로 열린우리당을 흔든 작년 여름의 추억도 모두 잊은 모양이다.

국민은 정치철새들이 교섭단체를 만들면 사무실 등 기본운영자금을, 신당을 만들면 수십억 원의 정당보조금을 대 줘야 한다. 국고보조금 제도의 수술 및 당적() 변경 시 의원직 박탈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만 봉으로 삼는 행태가 바로 열린우리당 창당 때 내건 정치개혁의 결과인가. 열린우리당 탈당파는 떠나기 전에 이 물음에 먼저 대답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