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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쉴 곳 못찾는 징용한인 원혼

Posted January. 16, 200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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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최근 유텐사에 보관돼 있는 한국인 유골 1135위() 가운데 남한 출신인 704위의 명부 중 일부를 확인한 결과 최소 7위의 유골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드러났다. 유텐사에 유골이 있다고 기록된 7명 중 2명이 국내에 생존해 있고, 5명은 종전 뒤 한국으로 돌아와 사망했다.

유텐사 유골 중 엉터리 기록이 발견됨에 따라 19702005년 총 10회에 걸쳐 유텐사에서 한국으로 반환된 유골 1193위 가운데도 신원이 뒤바뀐 유골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산 사람을 죽었다니=유텐사 유골 명부에 1945년 8월 24일 우키시마()호 침몰 때 사망한 것으로 나와 있는 박장서 씨는 1954년 12월 22일 고향인 충남 청양군 자택에서 사망했다. 박재봉 씨와 신동우 씨는 각각 1945년 3월과 4월 사망한 것으로 명부에 나와 있지만 귀국 후 각각 1985년 7월과 2000년 7월에 사망했다.

일본군으로 강제 징용돼 중국으로 끌려갔던 황호숙 씨와 김종림 씨는 유텐사 명부에 정확한 사망 시기는 안 나와 있지만 유골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황 씨와 김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각각 2002년 12월과 1984년 3월에 사망했다.

유텐사에 자신의 유골함이 있다는 사실을 들은 김상봉 씨는 일본군에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죽지도 않은 사람을 죽었다고 표기한 건 내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일본 정부 기록 그대로 믿은 것이 화근=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지금까지 유텐사에서 반환된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는 검증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유골을 전달하는 과정은 일본 측에서 보관 중인 한국인 유골 명단을 한국 정부에 보내 주면 정부가 가족을 찾고, 반환을 원하면 일본에 이 사실을 알려 유골을 돌려받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이 종전 후의 혼란 상황에서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한국인 전쟁 사망자들의 유골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을 가능성이 낮으며 유골 중엔 합동 화장으로 분골된 것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처럼 정확한 유골 당사자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유골과 유족들의 유전자(DNA)가 일치하는지 감정하는 조치를 취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일본 측에 DNA 감정을 요청한 적도 없다.

이에 대해 2004년까지 유골 반환 업무의 주무 부서였던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유골이 대량으로 귀국한 시기는 각각 240여 위와 900여 위가 들어온 1971년과 1974년이라며 당시에는 DNA 감정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을 때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도 DNA 감정을 요구한 적이 없는 것에 대한 지적에는 기본적으로 일본이 제시하는 자료가 맞는다는 전제 아래 유골을 반환 받았다며 1990년대 반환된 유골은 소수였고 관련 협상에서도 일본 측의 조위금이나 사과 표명 같은 사안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졌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말부터 구소련 등지에서 반환되는 자국민 유골에 대해 DNA 감정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인 유골 반환에선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했다.

광운대 일본학과 김광열 교수는 한국인 유골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방침은 무조건 빨리 정리하고 보자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일본 정부의 무성의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야=엉터리 유골이 확인되자 유족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는 유텐사에 남아 있는 유골은 물론이고 이미 반환된 유골에 대해서도 정부에 공식적으로 DNA 감정을 요청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는 앞으로 반환될 유골뿐 아니라 지금까지 반환된 유골에 대해서도 DNA 감정을 실시할 것을 정부 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이 단체의 김인성 공동집행위원장은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측에 구두로 이런 요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진상규명위 박성규 사무국장은 앞으로 반환될 유골에 대해선 일부라도 유족 동의 아래 DNA 감정을 실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