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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상한 이재정 씨

Posted November. 16, 200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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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통일부장관 내정자가 어제 한 강연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체제 붕괴를 추구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은 영어로 진행됐는데 그는 붕괴를 때려 부순다는 뜻을 갖는 디몰리션(demolition)으로 표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들었으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체제 변화(regime change)라는 말도 너무 강해다고 해서 체제의 행태변화(change of regime behavior)이란 말로 바꿨는데 미국이 북한을 때려 부순다니, 평소 미국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이면 저런 말을 할까 싶을 것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수석부의장이기도 한 이 내정자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긴밀한 양자 간 협력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국가적 운명을 결정하는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말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생각하는 국가적 운명이 남북에 의한 통일 자주정부의 수립일지 모르나 지금 상황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정말 관념에 빠진 얼치기 통일 지상주의자다. 북의 핵실험 앞에서도 이런 말이 나올까.

그는 성공회 신부 출신의 정치인으로 북한을 깊이 연구한 적도, 북과 직접 상대한 적도 없다. 재야시절 통일운동을 했다지만 통일운동을 안 했더라면 오히려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르면 배우려는 겸허한 자세라도 갖게 되고, 그만큼 실수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통일부장관이 만만한 자리가 아닌데도 선무당 사람 잡는다고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꼭 사고를 쳤다는 얘기다.

학계에서 북한 전문가로 인정받았던 이종석 현 장관도 임기 중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을 만큼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통일부장관은 더구나 대통령이 임명하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해야 한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미국이 왜 외면하는 지 의문이라는 이 내정자가 그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17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지만 참 걱정이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