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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천수이볜

Posted September. 28, 200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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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아들로 불리며 대만 역사상 최초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천수이볜() 총통이 집권 6년 만에 국민의 거센 하야 요구에 직면해 있다. 100만 인민 반부패 운동본부가 주도하는 시위현장은 천수이볜 반대를 상징하는 붉은색 옷을 입은 시민들로 넘치고 있다. 지나가는 차량이 경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 1987년 우리의 민주화시위와 닮았다. 시위대를 이끄는 인물은 한때 천 총통과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스밍더() 전 민진당 주석.

얌전한 대만인들을 거리로 내몬 주범은 천 총통의 친인척 비리. 사위 자오젠밍()은 내부자 주식거래로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야당 시절 정치테러로 의심되는 사고로 장애인이 돼 동정표를 얻었던 부인 우수전() 여사는 백화점 상품권을 뇌물로 받는가하면 보석과 명품으로 치장하기를 즐겨 대만의 이멜다란 별명까지 얻고 정부 인사에도 자주 개입했다.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8월엔 현직 교통부 장관이 팩스로 사직서를 보내고 휴가를 가버렸고, 최근엔 타이중 시장까지 시위대에 합류했다. 제2야당인 친민당은 이미 천 총통은 국정장악능력을 상실했다고 선언하고 총통 파면안을 입법원에 냈다. 이번이 세 번째다. 경제성적표 좋지 않다. 한때 대만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 들게 한 경제가 투자위축과 일자리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다급해진 천 총통은 기자회견을 갖고 친인척 비리 혐의에 대해 해명했으나 국민의 분노만 키웠다. 회견에서 그는 표준어가 아닌 민난(민푸젠성 남부)어를 썼다. 지지층인 대만섬 출신들에게 SOS를 보내기 위해서였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국민을 편 가른 셈이다. 대만인 민족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단골메뉴인 대만 독립 카드도 다시 꺼내들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인권변호사가 됐고, 기존 정치권과 각을 세움으로써 성공했던 천 총통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정치수법이 영원히 통하지 않음은 나라를 초월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