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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안되는 건 참겠는데 포항이 흉물 될까봐 걱정

장사안되는 건 참겠는데 포항이 흉물 될까봐 걱정

Posted July. 21, 200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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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전쟁터가 아니고 뭡니까. 겁이 나서 살이 다 떨립니다.

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령한 지 일주일째인 20일.

비까지 내리는 포항시내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쪽으로 가던 50대 택시 운전사는 평생 살아온 고향이 아수라장으로 변해 참으로 서글프다며 일에 지장이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안타까운 현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철강공단에 있는 포스코 본사는 딱딱한 느낌을 주는 포항제철소와는 달리 숲으로 둘러싸여 공원 같았으나 노조원들의 점거농성으로 완전히 흉물로 바뀌었다.

노조원 1000여 명이 점거하고 있는 512층의 유리창에는 결사투쟁 등 격문이 붙어 있고 건물 주변은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였다.

노조원들은 쓰레기와 분뇨, 물을 담은 플라스틱 음료병, 건물 벽에서 떼 낸 돌조각을 바깥으로 내던지며 투쟁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와 여야가 불법 점거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건물 안팎에선 한바탕 전투를 앞둔 전장()처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일주일 넘게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노조원과 대치하고 있는 경찰 7000여 명은 진입 명령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19일 민주노총 영남권 노조원 5000여 명이 포항시내에서 거리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는 상인들과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상인들은 시위대와 욕설을 주고받으면서 장사 좀 하게 시위를 제발 멈춰라고 요구했고, 쇠파이프를 든 노조원들은 장사하고 싶으면 입 닫아라고 위협했다.

상인들은 경찰이 빼앗은 쇠파이프가 산더미였다며 대낮에 이토록 무법천지가 되는 대한민국이 도대체 법치국가냐며 혀를 내둘렀다.

20일 현재 노조원 900여 명이 농성에서 이탈했지만 강성 노조원이 400여 명에 달해 자진 해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노조 지도부는 노조원의 파업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불참 시 강력히 징계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동참하지 않으면 제명하고, 참가 일수가 적으면 조합원 자격을 정지시키는 등 6등급의 징계로 족쇄를 채워 놓았다.

민주노동당이 점거농성을 지원하는 것도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거를 주도한 이지경(40) 노조위원장의 부인 김숙향(37) 씨는 민주노동당 경북도당 부위원장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노당 비례대표로 경북도의원에 당선됐다.

이번 사태로 가장 가슴 졸이는 쪽은 노조와 경찰, 포스코 직원도 아닌 시민이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경찰은 해산이나 진압을, 포스코 직원은 회사의 정상화를 걱정하지만 시민은 포항을 염려하고 있다.

포항의 바닥민심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 상인들의 우려는 상상을 넘었다. 상인들은 가게 앞에 삼삼오오 모여 포스코 사태에다 장마도 길어져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렸다.

죽도어시장번영회 박세영(56) 회장은 포스코에 왔다가 죽도시장에 들러 회를 먹거나 사 가는 경우가 많은데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번 사태로 장사도 장사지만 포항 이미지가 너무 나빠져 외지 손님이 외면할까 봐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항의 기업가들은 이번 사태로 포항이 가장 기업하기 어려운 곳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항 경제의 상징인 포스코가 점거되는 과격한 모습이 전국에 알려진 것은 치명적이라는 게 상공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22일 포항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 예정이어서 포항은 파국의 먹구름으로 덮이고 있다.



이권효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