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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속증여 세제, 기업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사설]상속증여 세제, 기업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Posted May. 16,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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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최근 내야 할 세금을 모두 내고 당당히 경영권을 승계 받겠다고 밝혔다. 주식으로 세금 1조 원을 내도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신세계와 달리 상속세를 내고 나면 경영권 승계가 어렵다. 상속증여세가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한 편법 및 불법의 유혹을 더 받게 되는 것도 현실이다.

현행 상속증여세제는 최고세율이 50%이고 상속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의 오너 지분이 5%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막아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편법 승계에 따른 조세 회피 비용만 커진다. 또 편법 승계가 싫거나 두려운 일부 기업인은 일부러 기업 성장을 억제하거나 돈을 마구 쓰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기업인이 투자보다는 배당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이다.

무거운 상속세는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에 큰 짐이 된다고 보아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나라가 늘고 있다. 미국은 상속을 할 때 부모가 연방정부에 납부하는 유산세를 영구 폐지하기로 했다. 캐나다 이탈리아 스웨덴 홍콩 싱가포르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한 차례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보다 기업을 계속 성장시켜 일자리와 사회적 부를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자녀에게 넘겨주기 위해 주식의 상당 부분을 물려주는 폐단을 막으려고 의결권 차등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외국엔 많다. 미국 포드사는 3.7%의 오너 지분에 40%의 의결권을 주고 있다. 구글사도 최근 창업자들에게 소액주주 의결권의 10배짜리 주식을 발행했다. 창업정신을 잇고 오너경영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다.

법치국가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그 세금은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래야 법의 정의와 경제의 효율을 조화시킬 수 있다. 2세, 3세 경영 승계가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해 상속증여세율을 합리적으로 낮추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주주 차등 의결권제 역시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