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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짬뽕 먹고싶다

Posted April. 04, 2006 02:59,   

日本語

우리 어머니 좀 돌봐주세요(Please take care of my mom).

3일 인천국제공항 23번 게이트에서 입국 신고장으로 가는 길. 29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한국계 흑진주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는 수십 명의 취재기자에게 휩싸여 밀리는 바람에 어머니 김영희(55) 씨와 떨어지자 어머니 좀 돌봐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역시 워드는 극진한 효자였다.

한국계로 NFL 최고 스타로 떠오른 워드가 3일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태어난 이듬해인 1977년 미국으로 떠난 지 꼭 29년 만의 고향 방문이다.

너무 아름답다. 한국의 모든 것을 느끼고 싶다. 내가 태어난 병원, 어머니와 내가 살던 곳. 한국은 내 배경(background)이다. 한국의 음식과 문화, 여행, 쇼핑.

검은색 모자, 갈색 선글라스에 은색 귀고리를 한 워드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틈나는 대로 어머니를 껴안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기억조차 없는 고국이지만 주위를 돌아보며 예쁘다. 아름답다를 연발하며 29년 만의 귀환을 즐겼다.

워드의 한국 방문은 어머니에 대한 약속(Promise to mother). 식당일 등 하루 세 가지 일을 하면서 평생 자신을 위해 살아 온 어머니와 함께 고향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사느라 바빠 이제야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워드는 타이밍이 중요했다.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워드는 박찬호 선수가 아름다운 나라 한국을 맘껏 즐기고 오라고 했다. 이번엔 나만 왔지만 다음엔 가족이 모두 함께 올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전 친지 방문차 한국을 방문했던 어머니 김 씨는 아들과 함께 오니 이렇게 좋은 것을 하며 말문을 흐렸다. 김 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아들과 함께 한국의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어 기쁘다. 짬뽕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인으로 살았지만 자신에게 한국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다는 워드였다. 사실 어머니와 조용히 방문하고 싶었지만 올해 2월 NFL 최강자를 가리는 슈퍼볼에서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지구촌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워드는 한국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이진 것을 이용해 이번 방문에서 자신과 같은 혼혈인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는 등 혼혈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워드는 창피한 것은 혼혈인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혼혈인에 대해 차별하는 것이라며 어린 혼혈인에게 희망을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