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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거사 규명, 정파와 정략 벗어나야

[사설] 과거사 규명, 정파와 정략 벗어나야

Posted September. 22, 200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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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국회에 제출할 과거사규명법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모두 진실과 화해를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법안 내용에 들어가면 차이가 많아 향후 논의과정이 주목된다. 조사대상만 해도 열린우리당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와 의문사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나라당은 인권침해에 좌익세력에 의한 테러와 용공행위를 포함시켰다. 자칫하면 보혁() 갈등과 국론 분열이 증폭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정파와 정략을 떠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권력측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열린우리당부터 좀 더 차분해져야 한다. 과거사 규명은 자신들만이 할 수 있으며, 절차와 방법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밀어붙여야 한다는 식의 독선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당초 내놓은 과거사법 초안을 보면 이런 지적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조사를 위해 공소시효를 정지시키고, 동행명령을 위반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통신과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던 초안은 위헌소지가 있는 반()인권적 악법이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내용을 완화시키긴 했지만 이처럼 민감한 문제를 그렇게 가볍고 거칠게 다룬 집권 여당의 능력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갖게 됐음은 물론이다. 왜 매사에 이런 식인가. 법안의 자구() 하나를 고치더라도 이해당사자가 있는 법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더라도 결코 충분하지가 않다.

이런 졸속은 결국 오만함에서 나온다고 본다. 과거사 규명에 비판적인 세력은 반()개혁적이라고 생각하니까 국정의 경중()과 완급()은 물론 구체적인 현안까지도 문제점을 정확히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사안마다 현실의 토양 위에서 냉철하고 이성적인 눈으로 봐야 한다. 그것이 집권당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