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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아! 거북선

Posted August. 19, 200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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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활자, 한글, 거북선. 우리 민족의 위대한 독창적 발명품이다. 한글은 간송 전형필( 19061962) 선생이 1940년경 경북 안동의 한 고택에서 찾아낸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이 확실한 물증이요, 금속활자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수장하고 있는 직지심체요절이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아직까지 실물 또는 결정적 증거물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세계 최초의 돌격용 철갑선으로 간주되는 거북선이다.

거북선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란이 있다. 전체가 철갑으로 싸인 것이 아니고 등 부분만 철갑으로 덮여 진정한 철갑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에서부터, 2층 또는 3층 구조설()에 두 척의 배를 이용한 형태였다는 설까지. 조선 태종 때부터 기록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구선()은 임진왜란을 거쳐 18세기 정조시대에도 등장한다. 임란 당시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의 지휘로 군관 나대용 등이 건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란 초기 3척 정도가 건조되었으나 그 후 얼마나 더 만들었는지 확실치 않다.

비즈니스에 거북선을 극적으로 활용한 사람은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다. 1971년 9월 조선소 건립에 필요한 차관 도입을 위해 런던 A&P 애플도어사의 롱바톰 회장을 찾아간 정 회장은 신통한 답을 듣지 못하자 자신의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여기 거북선이 그려져 있다. 한국은 1500년대에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들었다. 당신네 나라보다 300년이나 앞섰다. 정 회장의 열정과 한국인의 배 만들기 잠재력을 인정한 롱바톰 회장은 차관을 적극 주선했다.

거북선의 실물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17세기 고서화가 미국에서 공개돼 화제다. 1795년 간행된 이충무공 전서에 대략적인 스케치 형태로 그려져 있는 2층 구조가 아니라 3층인 것이 눈길을 끈다. 거북 등이 원형에 가까운 타원형이고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 있는 것도 특이하다. 육안 해독은 어렵지만 왼쪽 하단에 희미하게 거북선 제원도 기록돼 있다고 한다. 고서화에 이어 남해 바닷속 어느 한 곳에서 임란 당시 거북선이 모습을 드러내 난세에 살고 있는 후손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