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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연패..쥐구멍 없소?

Posted May. 17, 20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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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문턱에서 꼴찌 추락까지 채 보름도 걸리지 않았다.

팀 최다 타이인 9연패에 빠진 삼성. 최강의 전력은 아니라고 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급전직하였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삼성은 5일 현대전에서 이기면 시즌 처음으로 단독선두에 오를 수 있었고 8회 말까지 8-3으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9회 만루홈런을 얻어맞더니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그 후 긴 연패의 터널에 들어가 16일에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최하위에 처지는 수모를 겪었다.

삼성 야구단 관계자라면 누구 할 것 없이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올 시즌 삼성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선동렬 수석코치는 애간장이 녹다 못해 잠을 못 이룬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삼성에 합류했지만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것.

소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랠 때가 많아요.

넘치는 의욕으로 선수들을 이끌어 왔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성적표 앞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 현역으로 뛰던 해태 시절에도 7연패가 최다였다.

선 코치는 확실한 에이스와 중심 타자의 부재를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선동렬 효과는커녕 마운드 붕괴에 허덕이면서 그의 얼굴은 화끈거렸다. 게다가 자신이 데려온 외국인 투수 호지스는 8경기에서 단 1승도 없이 5패에 그쳐 책임론에 시달렸다. 그러나 아직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따름이며 호지스를 교체할 생각은 없다는 게 선 코치의 주장. 그는 또 지난해 홈런 114개를 합작한 이승엽 마해영 브리또의 공백도 크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무너진 투타 밸런스가 문제라는 것.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가 침묵하고 방망이가 받쳐주는 날엔 마운드가 무너져 될 듯 될 듯하다가도 결국 지더군요.

9연패 기간 삼성의 팀 타율은 0.258로 시즌 타율 0.277을 밑돌고 팀 평균자책은 7.6까지 치솟아 시즌 기록 5.49를 웃돈다. 내일은 없다는 듯 인해전술처럼 중간계투를 마구 투입하는 불펜 운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1무9패를 기록한 10경기에서 45명의 투수가 마운드 에 올랐다. 경기당 평균 4.5명.

요즘 선 코치는 경기 전 방망이를 직접 들고 야수들에게 펑고를 쳐주는가 하면 포수 미트를 낀 채 투수들의 송구를 받으며 끊임없이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다. 질 때 지더라도 근성이 있어야 합니다. 실력보다는 독한 마음이 아쉽네요.

삼성은 18일부터 기아와 홈 3연전을 치른다. 일단 빨리 연패에서 탈출해야 될 절박한 상황.

첫 팀을 맡아 약이 되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여겨야죠. 일단 1승만 올리면 분위기가 나아질 겁니다.

위기 속에도 애써 여유를 보이는 선동렬 코치는 언제쯤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까.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