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헤딩라인 뉴스 TV속으로

Posted April. 08, 2004 00:08,   

日本語

국회 사무처는 17대부터 의장석과 반대 방향의 역방향 좌석을 배치, 국민을 멀미나게 하는 저질 국회의원들을 강제 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계 단신입니다. 청와대의 유인태 전 수석,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 등은 모두 단신입니다. 단신, 그러니까 키가 작습니다. 진짜루

방송 뉴스를 패러디한 헤딩라인 뉴스의 일부다. 헤딩라인 뉴스는 주간 웹진 르 지라시와 함께 시사풍자 전문 블로그인 미디어몹(www.mediamob.co.kr)의 주요 메뉴. 네티즌들 사이에 넘 재밌다는 입소문이 돌아 2월 28일 인터넷에 처음 나간지 한 달만인 지난달 25일부터 KBS2 생방송 시사 투나잇(월목 밤 12:10)에 고정코너 자리를 꿰찼다. 6일부터 방송 횟수도 매주 1회에서 4회로 늘었다.

헤딩라인 뉴스는 제도권 방송의 형식을 빌려 딴지를 건다. 제작진이 신문을 패러디한 딴지일보 출신이 많아서인지 논조도 그와 비슷하다. 주류 방송을 패러디한 비주류 방송이 다시 주류 방송을 타는 양상이다.

헤딩라인 뉴스는 MBC 뉴스데스크나 KBS의 뉴스 9와 흡사하다. 여성 앵커가 정색하고 뉴스를 진행하며 취재 현장의 기자들과도 수시로 전화로 연결한다. 모자이크 처리된 제보자가 변조된 음성으로 비리를 폭로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모두 미디어몹의 직원들이 연기한 것이다.

헤딩라인 뉴스는 최근 사회현안에 대해 가상의 여론조사기관인 한국 시럽과 함께 여론조사 스타일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아침형 인간이 화두로 떠오르자 기업들이 이른바 아첨형 인간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식이다.

기획취재 카메라 출장은 헤딩라인 뉴스의 취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아이템이다.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온세력이 곳곳에서 공산주의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는 제보가 있어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이건,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이건 완전히 획일화시켜서. 이게 공산주의지 뭐겠어요. (음성 변조된 제보자)

그러나 카메라 출장팀이 고발한 현실은 사람의 덩치가 크나 작으나 돌솥비빔밥의 양이 똑같다는 것이다. 기자는 정색을 하고 개인의 식사량을 철저히 무시한 채 획일화된 밥그릇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고 마무리한다.

수많은 인터넷 패러디물 가운데 헤딩라인 뉴스가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언더그라운드 뉴스가 제도권 방송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나 일각에서는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이 개그화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담당 김현 PD는 사안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패러디 형태로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는 점이 젊은 시청자들의 감각에 맞다고 말했다.

문화비평가 김동식씨(문학과 사회 편집위원)는 지상파 방송이 자신을 풍자하는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감수하는 이유는 자기들이 직접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는 말을 패러디물을 통해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비주류 패러디 제작자들이 제도권에 쉽게 투항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에게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경계가 없다. 하나의 소스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파급되는 것은 디지털시대 문화 컨텐츠의 운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