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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마리아(Samaria)

Posted February. 16, 200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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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아는 팔레스타인 중앙 부근에 있었던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다. 기원전 이스라엘을 정벌한 아시리아제국의 식민지 정책으로 이주와 혼혈을 피할 수 없었던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인으로부터 줄곧 배척과 멸시를 당한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이스라엘 자손이라고 믿으며 자기들만이 완전한 성서인 토라(Torah사마리아 5경)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마리아인들은 현재도 이스라엘 세겜과 홀론에서 600명 정도가 독특한 생활양식과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성경에는 사마리아인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 유대인 나그네가 강도를 당해 길에 버려졌다. 모두가 그를 외면하지만 사마리아인은 정성껏 치료해 준 뒤 주막으로 데려간다. 이튿날 사마리아인은 주막 주인에게 나그네를 잘 돌봐줄 것을 당부하면서 돈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아주겠다고 한 뒤 길을 떠난다.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졌을 때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는데도 이를 구조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여기서 비롯됐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의 상징이 된 사마리아인도 있다. 예수가 문둥병자 10명을 치유했으나 병이 나은 뒤 예수의 발 아래 엎드려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며 고마움을 표시한 것은 사마리아인 한 사람뿐이었다. 예수는 나머지 아홉은 다 어디에 갔느냐고 독백한다. 예수는 또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게 내가 주는 물은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것이다며 구원의 길을 제시한다. 남편을 5명이나 바꾸었고 정부()와 살고있는 타락한 여자였다.

한국영화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이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고생의 원조교제를 다룬 최신작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구원받은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을 모티브로 한 수상작에 대해 김 감독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고 죄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단죄하는 건 신의 몫이지 인간의 몫이 아니다. 인간은 그저 서로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온갖 난관과 역경 속에서도 주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기 영화를 만들어 온 그의 인생역정 또한 사마리아인을 연상케 한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