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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지렛대 무너져 차질 예상

Posted August. 04, 20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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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북한 핵 위기 속에 남북관계를 지탱해 온 남북경제협력에 적지 않은 차질을 가져올 전망이다.

남북경협의 3대 축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발, 경원선동해선 철도연결 사업. 이 가운데 정부 주도의 철도연결 사업을 제외한 두 사업은 경제성 논란 속에 정 회장의 결심에 크게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자살로 인해 그를 대체할 인물을 확보할 때까지 남북경협의 타격은불가피하며, 앞으로 대북사업은 역사적 의미보다는 이윤 확보 쪽으로 정상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번 일로 북한 당국의 혼란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정 회장의 공백=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박사는 현대아산의 경협사업은 대주주인 정 회장의 뚝심으로 추진돼 왔던 만큼 앞으로 경협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현대아산의 경협사업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정 회장의 사망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에 한국관광공사가, 개성공단사업에 토지개발공사가 공동사업자 형식으로 참여한 점이 완충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북한 당국의 혼란=북한은 외부와 협력 사업을 하기 전 상대방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여러 차례 검증한 뒤에야 솔직한 대화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대체 인물로 떠오르고 있지만 자금 집행을 결정할 대주주가 아니어서 북측이 누구를 대화 파트너로 삼을지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이달 6일 남북경협에 관한 4개 합의서 발효통지문을 남측과 교환한 뒤 북한 전역에 남측 기업의 투자를 개방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이냐, 역사적 당위냐=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경협사업은 이윤창출 기능이 무시될 순 없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 발언에는 그동안 현대가 추진한 대북사업이 이익보다는 역사적 당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 회장의 사망은 이 같은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 관계자는 1인 리더십이 사라진 4일 현대 관련 주가가 폭락했다며 앞으로 현대아산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 최고경영진은 주주의 눈길을 의식해서 (대북사업보다는) 기업가치 유지에 더 신경 쓰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