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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민당과 자민련

Posted June. 09, 2003 22:03,   

日本語

일본이 자국의 이익과 자위를 위해 힘을 기르겠다고 국론을 모으는 데 대해 주변국이 비난하는 것은 소아병에 불과하다. 나흘 전 일본 국회를 통과한 유사법제()와 관련해 일본의 자민당과 한국의 자민련 중 누가 이런 성명을 냈을까 하고 묻는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일본 자민당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한국 자민련이다. 일본이 외부의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본 내에서조차 사실상의 전쟁동원법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 법을 한국의 정당이 대변하고 있으니 쉽게 맞히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자민련 김종필(JP) 총재는 직접 나서 정답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사법은 북한이 핵문제로 괴롭히고, 괴선박을 보내 괴롭히고 하니 최소한의 주권논리에서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것이다. 설명의 맞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이 일본 우익의 주장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김 총재는 일본 우익의 대변자를 자처한 셈이다. 누구는 그럴 것이다. 역시 JP답다고. 1962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JP-오히라 메모 교환 이후 한일교류 일선에서 활동해온 JP로서는 일관성 있게 소신발언을 한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JP는 그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야 어떻든 한국의 대표적 지일파() 정치인으로 일본 우익세력과 40년 친교를 유지해왔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국빈방문으로 격상시키는 데도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할 정도니 그의 공적을 인정할 만도 하다. 그러나 JP는 한쪽만을 보았을 뿐이다. 일본은 지금껏 진정으로 지난날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지 않았다. 독일정부는 자기 손으로 수많은 나치전범을 처단했지만 일본은 오히려 85년 이후 총리가 잇따라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가 하면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등 우경화의 길을 치달았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오늘을 있게 한 뿌리이자 내일로 이어지는 줄기이다. 잘못된 역사를 청산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일본의 유사법에 주변국이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망령을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 대해 소아병이니 최소한의 주권논리니 하며 두둔한대서야 그 또한 역사에 대한 맹목()이 아니겠는가. 자민련이 자민당이 아니고서야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인식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일()과 친일()은 다른 것이거늘.

전 진 우 논설위원 young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