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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삼방 일냥손

Posted March. 30, 200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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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방 일냥손

국가권력이 3권으로 분립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행정권을 가진 사람이 사법권까지 행사했다. 그러자니 송사를 다루는 일이 지방 수령의 중요 업무 중 하나였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사법권이 입법권과 행정권에서 분리되지 않은 경우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법권과 입법권이 결합될 때 시민의 생명과 자유에 관한 권력이 자의적으로 될 것이다. 사법권과 행정권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재판관이 압제자의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갈파하였듯이 지방 수령의 재판 중에는 공정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그래서 원님재판이란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원님재판이 항상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민형사 재판에 관한 옛 문헌은 현대법에 못지않은 증거재판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어사 박문수나 중국 송나라 개봉부 판관 포청천의 야사에서도 명판결이 숱하게 나온다. 하지만 원님재판에서 정작 주목할 것은 솔로몬의 재판에서 보듯이 법률가의 형식적인 논법을 뛰어넘는 탁월한 기지와 통찰력이다.

조선시대에 창녕 고을에 현명한 수령이 있었는데 길에서 돈 3냥을 잃은 사람과 돈 3냥을 주운 사람이 서로 그 돈이 제것이라고(혹은 아니라고 서로 양보했다는 설도 있다) 하면서 판결을 구해 왔다. 잃은 돈이 바로 그 주운 돈인지를 확연히 밝히기 힘들었던 수령은 자기 돈 1냥을 그 돈 3냥에 보탠 다음 두 사람에게 2냥씩 나누어주면서 3냥을 잃은 자는 2냥을 돌려받았으니 1냥이 손해요, 3냥을 주운 자는 2냥만 얻었으니 1냥이 손해요, 나도 1냥을 내놓았으니 1냥이 손해니, 3자가 공히 1냥씩 손해를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였다. 두 사람이 흔쾌히 승복하였음은 물론이다.

유엔안보리는 결의라는 말밖에는 달리 줄 만한 1냥이 없는 데다가 미국 이라크 모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과 그 거부라는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각자 1냥손()의 양보의지가 없어 저 참혹한 전쟁으로 치닫고 말았다. 북한 핵문제가 전쟁위기로 악화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로서는 결코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 북한은 미국이 자국의 체제전복을 기도할 것으로 믿고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개발해 자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재()든 주재()든 우리의 어떤 1냥손으로 북한과 미국에서 1냥손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까. 경제지원, 군축 같은 우리의 1냥손으로 핵포기, 개혁 개방 같은 북한의 1냥손과 체제인정, 불가침 같은 미국의 1냥손을 이끌어내는 것은 너무 평범한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명판결을 기대해 본다.박인제 객원논설위원변호사

ijpark23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