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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한중일 우주 삼국지

Posted March. 28, 2003 22:32,   

日本語

신문이건 방송이건 이라크전 뉴스가 넘친다. 여기저기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이라크가 끊임없이 새 소식을 양산하기 때문에 모두 다루자면 신문은 지면이 모자라고, 방송은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현재로서는 이라크전을 능가할 뉴스가 없으니 웬만한 소식은 언론은 물론 독자와 시청자의 관심권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처음으로 첩보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소식도 이라크전의 홍수 속에 끼어든 각광받지 못하는 뉴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일본의 첩보위성 발사는 결코 토막뉴스가 아니다.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어제 광학센서 탑재 위성과 합성 레이더 탑재 위성을 지구궤도에 쏘아 올렸다. 광학위성은 비디오카메라처럼 지구를 내려다보며 대상을 촬영한다. 레이더위성은 악천후나 야간에 전파를 이용해 목표를 감시한다. 광학위성은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고, 레이더위성은 화상은 떨어지지만 전천후 관측이 장점이니 둘을 짝 지으면 상호보완적인 환상의 커플이 된다. 일본은 북한 감시를 위해 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뒤 위성발사에 착수했으니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본의 감시망에 들어가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마찬가지다. 일본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한반도에 있는 1m 이상 크기의 대상은 모두 감시할 수 있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10월 첫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세 번째 유인우주선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네 차례에 걸쳐 무인우주선의 지구궤도 선회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발사한 유인우주선 선저우 4호는 지구궤도를 108회 선회하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실험까지 해 미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중국과 일본은 위성 및 우주선 발사를 위한 자체 로켓까지 보유하고 있다. 두 나라의 우주개척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지난해 11월 겨우 소형 액체추진로켓 KSR의 발사에 성공했을 뿐이다. 정부 계획대로 2005년에 소형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체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중국이나 일본에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이것이 한중일 3국이 우주개발을 놓고 벌이는 각축전의 모습이다. 하늘에서 상대방의 안방까지 내려다보는 자와 하늘만 쳐다보는 자의 운명은 분명히 다르다. 그 결과는 미국과 이라크의 대결이 잘 보여준다. 정부가 내세우는 동북아 중심국가론이 새삼 공허해 보인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