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녹색당 무력사용 지지

Posted March. 19, 2002 09:27,   

日本語

911 테러 이후 유럽을 휩쓸고 있는 우경화() 바람 속에서 독일 녹색당이 17일 무력 사용을 수용한 새 정강을 채택했다.

반전 평화 환경보호를 당의 기본 정강으로 내세워 온 녹색당으로선 혁명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같은 날 치러진 포르투갈 총선에서는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911 이후 변화에 대응녹색당은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나치의 대량 학살 등을 거론하며 법치국가와 국제법이 인정하는 합법화된 무력의 사용을 항상 배제할 수는 없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녹색당 지도자인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이제 녹색당도 911 테러 이후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눈을 뜰 때가 됐다며 당신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주체는 내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녹색당의 이날 결의는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오래 고민한 끝에 현실을 택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반전환경단체로 출발한 정당이 현실정치에 뛰어들 때부터 예상됐던 일인지도 모른다.

녹색당은 1998년 독일 총선에서 6.7%의 지지율로 47석을 차지해 사민당의 연정파트너로 집권의 한 축을 이루면서 환경운동의 현실정치 진입이라는 숙제를 푼 모범사례로 꼽혔다. 실제 녹색당은 연정참여 조건으로 원자력 없는 독일을 요구해 20년 안에 독일 내의 원자력발전소 19개소를 폐쇄하기로 합의하는 등 반핵운동에 큰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지지율 하락 속 노선갈등그러나 정치 현실은 녹색당의 아름다운 원칙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폐지까지 주장했던 녹색당이 99년 NATO 유고 공습을 지지하면서 심각한 정체성 혼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독일 내 핵 폐기물 이동과 911 테러 이후 독일군의 해외파병 승인 문제를 두고 당내에서 심각한 노선갈등이 빚어졌다.

지지율도 하락했다. 녹색당의 색깔이 바래자 지난 총선에서 녹색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도 등을 돌렸다. 9월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최저선인 5%를 확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너에 몰린 녹색당은 사회운동 단체냐, 현실정치 단체냐의 기로에서 후자를 택하는 실존적 결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최종 심판은 9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박제균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