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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토종 싸움

Posted May. 14, 20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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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나무는 원래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의 야생식물이다. 브라질이 20세기 초까지 세계 천연고무 공급의 98%를 차지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고무원료 수요가 늘고 재배 필요성이 고조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고무나무 종자는 브라질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반출됐고, 끝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로 재배돼 현재는 두 나라에서 세계 천연고무의 95% 이상이 생산된다. 한때 고무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던 브라질의 속내가 어떨까.

생물자원 보호에서 자주 거론되는 사례의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도 적지 않다. 미국 라일락시장의 30%를 차지한다는 미스킴라일락은 북한산에서 자라는 정향나무의 개량품이고, 유럽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된 원추리와 크리스마스 나무로 가장 인기가 높은 구상나무도 우리의 토종이다. 또 세계적으로 녹색혁명을 가능케 한 밀의 반 왜성()인자는 우리의 토종인 앉은뱅이밀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말부터 많은 자생식물과 재래작물이 외국으로 유출됐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도 보존도 하지 않고 있는 우리 재래작물 품종의 대다수를 수집해 보관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미국 등이 일찍부터 외국의 유전자원 수집에 열을 올린 이유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한해 수십억달러어치가 팔린다는 항암제 택솔은 주목에서 추출된 물질에서 개발됐고,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나온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것이라는 예가 말해주듯 생물 유전자원의 개발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멸종위기의 어류 11종과 식물 190종의 국외반출을 엄격히 제한키로 했다. 늦긴 했어도 토종생물을 적극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강에는 42년 만에 은어, 꺽지가 나타나는 등 사라졌던 물고기가 발견됐다. 한강 생태계 회복의 증표라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쉬리 등 많은 토종은 아직 보이지 않고 배스나 청거북 같은 외래생물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이 생물자원 개발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삼고 있는 판에 토종의 보호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형편이 안타깝다.

dh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