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발발로 급등한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석유 최고 가격제’를 시행한지 40일이 지나면서 계속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지 논란이 크다. 단기적으로 이 제도는 기름값을 끌어내려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가격기능을 왜곡해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지난달 13일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 산업통상부는 국내 석유제품들에 대한 최고가격을 2주마다 고시하고 있다. 24일 0시부터 시행될 4차 최고가격은 23일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3차는 2차와 동일하게 L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동결된 바 있다.
최고가격제 도입 첫날 휘발유값이 3년 10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했을 정도로 당장의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격결정 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반 국민이 차를 끌고 다닐 때 기름값 상승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감당 가능한 수준에 머문 것이다. 그러다보니 제도 추진을 독려했던 이재명 대통령도 “소비 절감을 해야 할 상황인데 일부에서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재정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제도 시행 후 첫 한 달 간 발생한 정유 4사의 누적손실은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6개월 지속하는 것에 대비해 정부가 월 7000억, 총 4조2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했는데, 예상보다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들어가는 세금은 차를 몰지 않고 대중교통만 이용한 국민들까지 부담해야 한다.
미국의 휘발유값이 전쟁 발발 직전에 비해 35.6% 오르는 동안 한국 휘발유는 18.4% 인상됐다. 한국이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값이 미국이 사용하는 유종에 비해 많이 오른 걸 고려하면 그만큼 한국이 가격을 더 강하게 눌러놓은 셈이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최고가격 대신 정유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상승률을 7.3%로 억제하고 있는데, 역시 재정 부담이 급속히 늘고 있다.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국제 유가는 연말까지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기적인 응급처방으로 도입했지만 부작용이 커진 최저가격제를 끌고 가기에는 긴 시간이다. 생계형 운송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직간접 지원은 유지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가격억제 정책은 이제 진지하게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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