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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교과목

Posted May. 24, 20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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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르 비용의 책 프랑스 아이는 편식하지 않는다를 보면 프랑스 국민은 식습관 교육을 독서 교육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프랑스 엄마들은 뭘 배웠니? 대신에 점심에 뭘 먹었니?를 묻는다. 걸음마를 뗄 때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교육받은 프랑스 아이들은 간식 대신 세끼 식사를 꼭 챙겨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며 편식하지 않는다. 이런 조기 교육은 평생 습관으로 이어져 프랑스의 비만율은 유럽에서 가장 낮다.

2009년 광주에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이유종 군이 심폐소생술로 50대 아버지의 생명을 구해 화제가 됐다. 막내아들인 이 군은 심장마비로 한 차례 쓰러진 경험이 있는 아버지를 생각하고 혼자서 인터넷을 통해 심폐소생술을 연습했다. 그런데 밤 1시경 아버지가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키자 평소 연습한 대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이 군의 응급처치는 출동한 119구급대가 칭찬할 정도로 완벽했다. 어릴 때 익힌 훈련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 사례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어제 열린 학교안전 및 재난 관련 전문가협의회에서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짜는 과정에서 안전 교육을 독립 교과로 신설하는 방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업 시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을 정규과목으로 개설하겠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안전이 정규과목은 아니지만 필수 교육 과정이다. 소방관이나 경찰은 정기적으로 학교를 방문해 교통 화재 성폭행 등을 주제로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소방서에서 현장 체험을 시킨다.

우리나라처럼 과목 이기주의가 심한 나라에서 전공 분야를 넘나드는 새로운 교과목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어떤 과목 교사가 안전 과목을 가르쳐야 할지도 불분명하다. 정규 과목이든 아니든 안전 교육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벨트 매는 습관이 교통사고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듯 안전도 반복된 교육을 통해 습관화하는 게 중요하다. 영어도 수학도 아니고 안전이야말로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정 성 희 논설위윈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