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우여곡절 끝에 내일 열린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제의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일주일이 지난 어제서야 접촉에 동의하는 전통문을 보냈다. 북한이 일정을 거론하지 않아 1722일에 상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소 2주일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적극 호응하지 않으면 17일 상봉은 힘들다. 북한이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연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트집 잡아 합의를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 해 9월 남북이 합의한 상봉행사를 나흘 앞두고 무산시켰다. 박 대통령이 올 신년기자회견에서 상봉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정치 군사문제를 거론하며 거부했다. 이 때문에 혹시나 하며 기대를 걸었던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설 명절을 또다시 눈물 속에 보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달 16일 남북 상호 비방중상과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이른바 중대 제안을 발표한 뒤 유화공세를 펴고 있으나 실제 움직임은 긴장완화와는 거리가 멀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북한이 영변 핵단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장하고 있고 플루토늄 원자로도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북한이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면 핵무기 3,4개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2012년 12월 발사했던 은하 3호보다 사거리가 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보도도 걱정스럽다.
북한은 유엔 중국 영국 주재대사를 동원해 중대제안을 반복하는 외교 선전전을 펴면서도 핵 포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긴장의 가장 큰 요인인 핵개발은 계속하면서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전가다. 남한 정부와 국제사회는 평화 공세를 가림막 삼아 핵무장을 강화하는 북한의 속임수에 넘어갈 만큼 순진하지 않다. 이란은 무기급 우라늄 농축 중단을 약속한 덕분에 국제사회의 제재완화를 받아냈다.
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에서 하자는 걸 보면 금강산 관광 재개에 관심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의 핵 포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핵개발을 평화공세로 위장하면서 남쪽의 경제지원을 받으려는 술수는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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