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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과의 아쉬운 작별

Posted December. 31, 2013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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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시작할 때는 365일이 솜털같이 많아 보이지만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그 많은 날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아쉬움이 안개처럼 밀려온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데는 365일 5시간 48분 46초가 걸린다. 그 365일을 12달로 나눈 것이 1년이다. 한해가 간 것은 지구가 이제 태양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왔음을 의미하지만 4년마다 하루를 늘려야 할만큼 정확한 제 자리는 아니다.

묵은 1년을 보내고 새로운 1년을 맞는 일이 천문학의 원리처럼 단순할 수만은 없다. 한해를 보내는 의미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올해 1월 1일자 동아일보 사설의 등장인물은 가수 싸이와 취임을 앞둔 박근혜 18대 대통령이었다. 뱀띠 가수 싸이는 칭기스칸 이래 말(실은 말춤)로 가장 빨리 세계를 제패했다는 소리를 듣는 스타로 떴다. 첫 여성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은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해 나갈 것으로 우리는 기대했지만 취임 첫해의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도 세밑에 날씨가 풀리듯 최장기 기록을 세웠던 철도파업이 끝나면서 새해를 맞게 돼 다행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작년 말 박근혜 정부는 재벌의 지지가 어느 정도 줄겠지만 친()기업정책을 추구할 것이고, 경제성장은 2012년 침체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정도 맞았지만 서민은 언제나 그렇듯 힘겨운 한해였다. 새해에는 경제의 온기가 윗목까지 퍼져 추위에 떠는 서민이 없는 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 히트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은 1990년대 초반에 신세대 X세대로 주목받은 화려한 청춘이었다. 영상문화와 컴퓨터 세례 속에 개인주의와 실용주의를 내재화한 첫 세대지만 대학졸업 무렵 IMF 사태(외환위기)가 터졌고, 이제는 내 집 장만과 자녀교육비 걱정을 맨몸으로 맞이하는 마흔 전후가 됐다. 한국인의 허리인 이들은 약간은 진보적이어서 양극화와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가 크지만 전문성과 다양성, 감성과 디테일에선 젊은 날의 신세대 그대로다.

2013년 청춘을 보낸 이들은 2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올해를 기억할까. 일자리를 찾기 위해 쌓았던 스펙, 수없이 발송했던 이력서 그리고 무응답, 철밥통을 차지한 기득권의 완고한 행진만으로 응답하기에는 너무 쓸쓸하지 않은가. 응답하라 2013년의 컨텐츠는 우리가 함께 그려갈 미래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