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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 악용 말고 입법 취지에 맞게 활용하라

국회선진화법 악용 말고 입법 취지에 맞게 활용하라

Posted September. 25, 20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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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국회 복귀를 선언하면서 원내 투쟁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장외투쟁을 완전히 접지 않아 언제 다시 국회를 뛰쳐나갈지 알 수 없다. 원내 활동에 참여하면서 투쟁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개운치 않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에 밀려 국회에 들어가긴 하지만 법안 처리든 예산안 심의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애를 먹이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불가능하지만 어떤 법률도 통과되지 못하게 막을 힘은 있다. 현재 국회의 16개 상임위 중 8개가 거의 여야 동수로 구성돼 있고, 4개 상임위는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법안을 본회의에 회부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할 법사위마저 민주당이 위원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을 방패삼아 사사건건 제동을 건다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아무리 힘을 쓴들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다. 야당이 강성투쟁에 돌입하면 국회가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과거 같으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이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었지만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국가비상사태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하거나 상임위에서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은 법안만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돼있다. 다수당이 수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소수당이 몸싸움과 폭력까지 행사하는 잘못된 관행을 막기 위해 이런 법을 만들었다. 다수당과 소수당, 여당과 야당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법안을 처리하라는 것이 당초의 입법 취지였다.

이 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수결에 따라 국회를 운영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있다. 투표로 다수당을 결정하는 선거 민의에도 어긋나는 측면도 있다. 다수당이 아니라 소수당이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합의로 이 법을 만들었다면 그 취지에 맞게 운용하는 것이 옳다.

국회의 구태를 시정하기 위해 만든 법일지라도 어느 일방이 상대방의 발목을 잡기 위해 악용한다면 오래 존속하기 어렵다. 특히 민주당은 이 법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