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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무상보육, 정부와 서울시 모두의 책임

표류하는 무상보육, 정부와 서울시 모두의 책임

Posted September. 03, 20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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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개 구에서 이번 달부터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난다. 이들 구는 04세 영아가 있는 가정과 어린이집에 양육 수당과 보육료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서초 강남 종로 중구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당장은 지급할 수 있지만 이들 역시 12개월이면 예산이 고갈된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사태를 맞아 정부와 서울시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서울시가 2300여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부 지원금 1355억 원을 당장이라도 주겠다고 한다. 서울시는 경기 침체로 올해 세수가 7500억 원이나 줄어 추경을 편성할 수 없으니 정부가 조건 없이 지원금 먼저 달라고 맞서고 있다.

무상보육 문제는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어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재정자립도 30%대인 경북과 전남은 추경을 편성해 무상보육을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며 재정자립도 1위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몽니로 9월 보육대란 현실화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에 대통령님! 무상보육을 쭉 이어갈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주십시오라는 광고를 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육사업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 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했던 만큼 정부가 국고 보조를 늘리라는 것이다.

무상보육 대상은 올해 크게 늘어났다. 작년까지 소득 하위 1570%에 대해서만 양육수당과 보육료를 지급했으나 올해부터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합작해 통과시킨 이 법안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지원 대상이 2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 여당은 법 통과를 알면서도 서울시가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비난한다. 서울시는 국고 지원을 20%에서 40%로 늘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부터 통과시키라고 주장한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어린 아이들을 볼모로 정치적 싸움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정부와 서울시는 상대방 흠집 내기에서 벗어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