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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구기는 강남투어

Posted January. 08, 20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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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관광객 다비드 곤살레스 씨(28)는 지난해 12월 13일 강남시티투어에 참여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가 예약한 상품은 3만 원짜리 전일() 투어로 오전 9시오후 6시 봉은사, 은마상가, 강남역 거리, 아쿠아리움, 선릉,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패션거리, 코엑스몰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그러나 은마상가와 신사동 가로수길은 별 설명도 없이 건너뛰었다. 점심 먹을 시간도 따로 주지 않아 배고픈 채로 가이드를 따라다녔다.

곤살레스 씨는 오후 1시 30분쯤 아쿠아리움에 입장한 뒤 가이드가 말도 없이 퇴근해 버렸다며 가이드가 내내 콩글리시를 쓰는 바람에 강남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듣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그는 참가비를 5만 원으로 올리더라도 질 좋은 프로그램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싸이가 작년 7월 발표한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서울 강남지역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강남을 특화한 관광상품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관광명소와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여행업계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하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여행사 코스모진에 위탁해 2009년 8월부터 강남시티투어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7일 현재 구글에서 Gangnam tour(강남 관광)를 검색하면 강남시티투어만 나온다. 강남 관광을 원하는 외국인이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인 셈이다. 미국의 NBC뉴스와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도의 IBN라이브 등 외신들이 강남 지역에 대한 특집기사를 싣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서울은 작년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반나절짜리 강남투어 코스와 서울아트센터,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할인권 등을 포함한 강남스타일 패키지를 선보였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강남투어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안 돼 패키지는 약 50건밖에 안 팔렸고 실제 강남투어에 참여한 투숙객도 20여 명에 그쳤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단체여행 상품은 입장료를 내는 관광명소나 쇼핑점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남기는데 강남 지역엔 이런 곳이 적어서 상품을 만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강남스타일은 미주 유럽지역에서 인기를 끄는데 한국에 오는 관광객의 대다수인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광화문 명동 동대문 등 강북 지역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서대훈 한국여행업협회 차장은 강남지역에는 관광객들이 묵을 수 있는 중저가 호텔이 적고 관광버스가 주차할 곳도 마땅하지 않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남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한국의 전통과 강남의 특징인 현대적 모습이 공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송파구의 백제박물관과 몽촌토성, 인근 고구려 유적지들을 관광코스로 만들고 길거리를 테마파크처럼 개발하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관광명소를 만들 수 있다며 국기원에 태권도 박물관을 만들거나 연예기획사들을 중심으로 한류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일부 지역처럼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축제를 열어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 교수는 강남지역은 물가가 비싼 만큼 저가형 단체관광보다는 상류층을 겨냥한 소규모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게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강유현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