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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이 앓고 있다

Posted November. 14, 20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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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우리 회사는 신약 안 만들어? 좋은 약 하나만 있어봐. 이렇게 구차하게 약 팔러 다닐 일 없잖아.

올여름 개봉한 영화 연가시에서 제약사 영업사원인 주인공이 주말 내내 한 병원장의 가족과 놀이공원에 다녀온 뒤 회사 선배에게 하는 말이다.

국내 중견 제약사의 4년차 영업사원인 A 씨는 영화가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최근 들어 영업하기가 훨씬 더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기는 리베이트 규제 강화와 약가 일괄인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의사나 약사에게 보상을 제공하기가 어려워졌는데 4월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일괄적으로 인하되면서 실적 압박은 더 심해졌다.

약국과 개인병원 영업을 모두 해봤다는 A 씨는 병원장 집에 가서 컴퓨터를 수리해주거나 손님을 맞으러 대신 공항에 나가는 일 정도는 기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고달픈 것은 납품한 약 가격의 90% 정도만 결제해주는 거래처가 아직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업체 간 실적 경쟁이 치열한데 거래처를 잃을까봐 항의할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회사 측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제약사 임원은 정말 구조조정이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인력을 줄이면 영업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영업사원이 홧김에 과거 리베이트 내용을 고발한다고 나서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약가 인하, 영업이익에 직격탄

약가 인하 이후 제약사들의 실적은 처참하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올해 3분기(79월)까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제약(30.4%) 대웅제약(54%) 유한양행(45.9%) 일동제약(85.6%) 등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고 LG생명과학은 적자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잇단 악재에 허우적대는 사이 오리지널 약 파워를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약가 인하 정책으로 특허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 약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판매하던 제네릭(복제약)과 가격이 비슷해졌다. 이에 따라 같은 값이면 오리지널을 처방하는 사례가 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실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약가 인하가 시행된 4월부터 6월까지 국내 제약사의 처방 실적은 75%에서 73.7%로 감소한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25%에서 26.3%로 높아졌다.



남윤서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