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천안함 함미()에서 남기훈 상사(36)의 시신이 인양되면서 기적의 생환을 고대하던 실종 장병 가족들이 또 한번 넋을 잃었다. 가족들은 구조요원들의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며 나머지 45명의 실종 장병 구조작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한주호 준위의 순직한 데 이어 수색작업에 동참한 민간 어선 금양호 선원들까지 희생되자 가족들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실종 장병들을 살려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작업을 벌여온 잠수요원들의 안위()를 염려한 배려였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이 선체 인양작업으로 전환하는 새 국면을 맞았다.
천안함 침몰 8일 만인 그제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절망과 고통의 하루였다. 가냘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가족들은 남 상사의 죽음이 확인되자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 아빠가 살아오리라는 기대를 접는 듯했다. 그 비통한 심정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 것인가.
실종자들을 구하러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순직한 한 준위도 남 상사의 죽음이 확인된 날 영면()의 길을 떠났다. 그는 서울대 분당병원 빈소와 백령도 구조현장, 평택 2함대 사령부, 진해 해군기지에서 사나이 UDT 군가()가 울려퍼지는 속에 1만 명 이상의 추모객과 이승의 마지막 작별을 했다. 대한민국 영해를 수호하다 목숨을 바친 그들은 우리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조국은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천안함에 갇혀 있는 병사들은 10대 후반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부모형제와 처자는 그들이 꼭 돌아오리라고 믿고 애를 태웠지만 칠흑 같은 바다 속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침몰 12주 전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대기 중이던 2함대 사령부에서 되돌려 받은 김동진 하사(19)의 어머니, 2함대 사령부에서 2일 아들의 조촐한 생일상을 차려준 신선준 중사(29)의 아버지, 바다 밑에 갇힌 채 1일 상사로 진급한 김태석 중사(38)의 부인. 그들의 슬픈 사연이 우리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천안함 장병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짬짬이 사회봉사 활동을 한 미담이 알려졌다. 지난 10년간 푼푼이 돈을 모아 충남 천안의 불우한 초등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노인요양원 건물을 수리해 주는 봉사활동에도 헌신했다고 한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 /죽어도 또 죽어도 나라와 겨레 / 서해에서 스러진 바다의 용사 47명이 부르는 우렁찬 해군가()가 들려오는 듯하다. 국가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는 것만이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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