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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건강주 참맛 일서 먼저 알아줘 99% 수출합니다

청정-건강주 참맛 일서 먼저 알아줘 99% 수출합니다

Posted February. 12, 20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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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와인이 아니라 막걸리를 즐겨 마시게 될 그날까지.

허무맹랑한 듯하면서도 결기가 느껴진다. 강원 철원군 김화읍 김화농공단지에 있는 중소규모 막걸리 생산업체 초가()의 기업 목표다. 막걸리의 진화 속도를 생각하면 실없는 소리라고 웃을 일만은 아니다. 초가의 이창규 관리이사(46)가 유리병에 담긴 고급 막걸리를 들고 국내 대형 유통회사를 찾았을 때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던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그 사이 백화점마다 고급 막걸리가 판매되기 시작했고 사람들도 비싼 막걸리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막걸리의 참맛을 일본 사람들이 먼저 알아봤다는 것. 초가가 생산하는 초가 막걸리와 농주의 일본 매출은 2007년 40만 달러(약 4억6400만 원)에서 지난해 50만 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검은콩 막걸리, 마카 막걸리, 울금 막걸리 등 신제품을 한꺼번에 선보여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일본 공략

강원도에서 휴전선에 가장 가까운 김화읍, 그중에서도 산 하나만 넘으면 바로 비무장지대(DMZ)로 들어가는 곳에 초가가 위치해 있다. 이창호 대표이사(49)는 2005년 8월 설립 당시부터 일본시장에서 사용할 광고문구로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깨끗한 막걸리를 염두에 두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1992년부터 일본에 소규모로 막걸리를 팔면서 일본사람들이 막걸리에 대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위생과 청결 문제라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초가는 현재 이 대표가 일본에서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친동생 창규 씨가 관리이사로 공장 운영 및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97년 일본에서 막걸리 판매회사 농주Japan을 세웠고 2000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주류 수출회사를 설립했다.

깨끗한 술, 건강에 좋은 술

이 이사는 처음부터 일본시장을 공략하다 보니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가위넣기(일명 도봉질) 작업을 자동화했다. 가위넣기는 술이 숙성되는 과정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원활한 효모작용을 돕기 위해 휘젓는 작업을 말한다. 대부분의 업체가 숙련공의 경험에 의존해 휘젓는 속도를 조절하지만 초가에서는 미세한 온도차를 인식할 수 있는 기계가 작업을 한다. 덕분에 생산하는 막걸리 대부분이 균질한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DMZ와 가까운 청정지역에서 자동화 설비로 생산하다 보니 안전한 술, 깨끗한 술을 만들 수 있게 됐다.

2006년 무렵 일본발 막걸리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이 이사는 막걸리가 일본에는 전혀 없는 술이라는 점을 막걸리 성공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소주나 청주, 위스키 등은 이를 대신할 일본 술이 있는 반면 막걸리는 일본인의 입맛에 완전히 새로운 술이라는 것. 그는 새로운 술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위생과 청결까지 믿을 수 있다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국내 업체끼리 가격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초가는 단 한 번도 가격을 내리지 않고 고급화 전략을 계속 유지했다. 올해 1월에만 1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고급 막걸리를 찾는 일본인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막걸리화

2006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교육기관인 영국 WSET에서 3년 동안 공부하고 국제 소믈리에 자격증을 두 개 갖고 있는 안승배 씨(33)를 연구실장으로 영입했다. 안 실장은 와인 공부를 하다 보니 와인에 대한 유럽인들의 자신감이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났다며 우리 막걸리도 와인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안 실장이 합류하면서 새 제품 개발에 불이 붙었고 그 결과 올해 검은콩 막걸리, 마카 막걸리, 울금 막걸리 등 신제품 3개를 선보였다. 마카는 안데스산맥 고지대에 서식하는 식물로 안데스의 인삼이라 불린다. 울금은 생강과의 식물로 피부암이나 대장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실장은 마카나 울금 모두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천연 재료라며 이것들을 막걸리에 넣은 데 대해 일본 현지의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는 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을 유지하면서 얼마든지 현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이 이뤄진다면 조만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우아하게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