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원자바오의 잠바

Posted February. 25, 2006 03:05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입은 낡은 잠바가 중국인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1월 한 농가를 방문할 때 입은 카키색 잠바가 바로 11년 전 겨울 공식석상에서 입은 낡은 그것이었다. 눈썰미 있는 누리꾼이 두 장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검약을 솔선수범한 데 감동했다고 적었다. 그러자 주름지고 낡은 잠바의 울림이 수십만 개의 사이트에 퍼지고 있다.

1976년 사망한 저우언라이() 전 총리는 지금도 중국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톈안먼()광장에도 인민의 벗이라고 새겨져 있다. 인민의 총리로, 인민의 사랑을 받고, 인민을 사랑했다. 동고동락()으로 인민과 총리의 마음이 이어졌다는 뜻의 추도비가 서 있다. 민심을 사로잡은 비결의 하나는 검약이었다. 외교관이기도 했던 그는 해외 순방 길에도 낡은 옷만 입었다. 더러 현지 중국대사관은 그의 옷을 수선하느라 소동을 빚기도 했다.

말이 옷이지 옷이 아니었다. 소매와 목깃이 닳고 깁기를 거듭해 그 부분만 갈아붙인 것이었다. 저우언라이 기념관에 전시된 생전의 옷도 세탁과 수선을 되풀이한 탓에 번질번질하고 원래의 색깔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그가 25년 동안 살던 관저도 낡고 비가 새 늘 수리해야 했다. 그런데 한번은 그가 관저를 비운 사이 너무 호사롭게 수리해 버린 것을 알고는 크게 화를 냈다. 창의 커튼까지, 옛날 그대로 고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복원시켰다.

잠바 차림의 사진 한 장이 원자바오를 인민의 벗 저우언라이 수준으로 띄우고 있다. 고통을 분담하는 지도자로 각인된 것이다. 진실로 제 몸을 바르게 하여 정사()를 베풀면 무엇이 어려우랴던 공자()의 말이 떠오른다. 중국의 이웃, 북한의 위정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는 없을까. 굶어 죽는 아이들과 동포를 외면하고, 뇌물에다 호의호식()을 즐기는 뻔뻔한 혁명일군들. 그들이 동고동락 솔선수범을 외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날이 오긴 올까.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