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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투캅스 효과

Posted July. 15, 2003 21:53   

관내 업주들에게 돈 뜯는 것이 업()인 고참 형사. 공식적 주거지는 박봉의 경찰공무원답게 남루하지만 실제로는 요상한 출입구 뒤에 있는 아방궁 같은 살림집에서 산다. 그런데 경찰대를 갓 졸업한 신참을 파트너로 맞으면서 그의 삶은 고달파진다. 사사건건 고집스럽게 원리원칙을 주장하며 선배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10년 전 서울에서만 90만 관객의 배꼽을 뺐던 영화 투캅스의 기둥줄거리다. 경찰측 항의에 실제 경찰과는 무관하다는 자막까지 내걸어야 했지만 불행히도 3년 후 이 블랙코미디는 사실로 입증됐다. 강남경찰서의 모 경사가 2년간 두 유흥업소 업주에게 뜯은 돈이 1억원이 넘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으니.

1998년 3편까지 나오고 막을 내린 영화 투캅스가 현실에선 여전히 제작 중인 모양이다. 경찰이 유흥업소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최근엔 납치강도단의 조직원으로까지 활약해 사람들을 경악시켰다.물론 대다수 경찰은 시민의 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물 좋은 탓에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는 강남지역 경찰서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때 묻지 않은 신임 경찰관이 배치된다는 소식이다. 투캅스 효과와 같은 내부정화를 기대한다는 서울경찰청 관계자의 말이 비장하기 그지없다.

안타깝게도 경찰청 관계자들은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은 것 같다. 투캅스 첫 편에 신참형사로 등장하는 박중훈이 영화가 끝날 즈음이면 고참 뺨치는 타락형사가 되는데 말이다. 시퍼렇던 그의 정의감과 기개는 이런저런 현실과 만나면서 두루뭉술해진 지 오래다. 투캅스2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고참이 된 박중훈의 새 짝으로 나오는 신참의 부패 또한 영화 말미엔 대선배를 가뿐히 넘어선다. 96년 당시 구속된 강남서 경찰관들도 담당이 바뀌더라도 업주를 이어주며 작업을 계속했다고 했다.

행인지 불행인지 경찰의 부패와 타락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선 공안이라 불리는 경찰의 부패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이고, 베트남에선 꽁안이 무슨 명목으로든 시비를 걸어오면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국 기업인들이 결론을 내렸단다. 남미의 경찰은 범죄 집단과 유착관계인 것으로 유명해 멕시코의 범죄 피해자 다섯 명 중 네 명은 아예 피해사실을 경찰에 알리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경찰관이 맡은 일을 법대로 엄격히 집행하는지의 여부다. 암만 사람이 바뀌고 젊은 피가 투입되더라도 법이 흔들리고 현실적 구멍이 존재하는 한, 여러 사람 돌아가면서 배불리는 악순환만 생길 뿐이라는 걸 경찰청에선 정녕 모르는지 궁금하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