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표현만으로 친절함 전달해야 해 ‘인지적 과부하’ 커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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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전환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의 고객 서비스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았다. 고객 응대의 최전선은 오프라인 매장(대면)이나 콜센터(음성)에서 챗봇, 카카오톡 채널 등 텍스트 기반의 실시간 메신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전화 통화 자체를 피하는 ‘콜 포비아(Call Phobia)’ 경향까지 나타나면서 텍스트 소통은 좀 더 빠르게 대중화했다.
일반적으로 비대면 텍스트 응대는 직원의 직무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줄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화가 난 고객과 직접 대면하거나 통화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하이파대와 미국 퍼듀대 등 연구진은 텍스트 소통이 오히려 ‘디지털 감정노동’이라는 새롭고 복잡한 차원의 번아웃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텍스트 기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현장에서 직원들의 상호작용을 심층 관찰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텍스트 기반 환경에서 직원은 굳은 표정이나 떨리는 목소리를 고객에게서 완벽히 숨길 수 있다는 이점을 얻었다. 하지만 심각한 인지적 과부하라는 대가도 함께 떠안았다. 언어적 표현만으로 친절함을 전달해야 한다는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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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디지털 감정노동이 조직 내에서 두 가지 기형적 형태로 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기계적 연기(Robotic Acting)의 덫이다. 텍스트 서비스 담당자들은 고객 문의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맞춰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다 매뉴얼의 문구를 복사해 붙여 넣거나 친절하게 보이는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방식을 택한다. 당장 지표상으론 응대 시간을 단축해 효율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답변은 유대감을 떨어뜨린다. 고객 불만이 쌓이고, 직원이 직무적으로 자기 가치를 낮게 느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재인간화(Rehumanization) 노동이다. 진짜 사람인 직원조차 고객에게 “너 사람 아니지? 봇 말고 진짜 사람 연결해”라는 식의 적대적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직원은 인간임을 입증하기 위한 부담을 받게 된다.
기업은 숨겨진 디지털 감정노동을 방치해선 안 된다. 고객 응대 규칙을 비대면 시대에 맞춰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텍스트 상황에서도 대면 상황과 동일한 수준의 과장된 친절과 감정 표현을 강요하는 암묵적 규칙은 완화하고, 무미건조하더라도 정확하고 명확한 의사소통을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