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꼭대기를 여행하다/란융샹 지음·강영희 옮김/352쪽·2만6000원·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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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산이나 공원의 숲길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로 바라보는 나무 아래의 세상은 절반에 불과하다. 나무 꼭대기에 올라서면 숲을 내려볼 때의 신선한 경관만이 아니라 오랜 세월 형성된 독특한 생태계가 펼쳐져 있다.
저자는 가장 높은 나무들의 수관(樹冠·나무 가지와 잎이 달려 있는 부분)이 이루는 ‘숲의 지붕’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대만 생태학자다. 책에 따르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은 이 분야를 두고, 해당 연구의 선구자인 미국 생태학자 마거릿 로먼은 “세계 여덟 번째 대륙”이라 표현할 정도다.
저자가 이 세계에 빠져든 계기는 대학생 때 우연히 참여한 수목 등반 실습 때문이었다. 그는 숲을 내려다보는 풍경과 나뭇가지에 자리 잡은 이끼와 균, 진달래와 같은 착생생물이 만든 세상에 매료됐다. 이후 연구 주제를 정하기 전부터 “나무에 오를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수목 등반의 매력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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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솔송나무’와 ‘귀족전나무’ 장에서 다뤄지는 균류의 역할도 흥미롭다. 고목은 수지(樹脂) 등을 자기방어 기제로 저항하지만, 균은 나무에 침투해 고목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나무의 죽음과 분해를 통해 더 많은 햇빛과 공간, 영양분이 생긴 숲은 다른 생물들의 생장의 바탕이 된다. 이런 균류를 두고 저자는 “나무가 직접 쓴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그 역시 나무의 생애를 온전히 완성하는 일부”라고 했다. 처음엔 이런 숲의 광경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구열 가득한 학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점차 보이지 않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저자가 일상에서 지나쳤던 나무에 몰두해 예상치 못한 열정을 발견했듯, 우리 주변의 존재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보는 건 어떨까.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