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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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으로 치닫던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파업 돌입을 1시간여 앞둔 20일 밤 극적으로 타결됐다. 22∼27일 조합원 찬반 투표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전쟁 와중에 자책골이 될 수 있었던 공장 가동 중단이란 최악의 파국을 막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노사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해 대화로 접점을 찾은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와 산업계 전반에 던진 숙제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앞으로 10년간 당해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반도체 부문에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의 초과이익성과급(OPI)까지 고려하면 연간 영업이익의 12%가 성과급 재원이 된다. 노사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반도체와 비반도체 사이의 성과급 격차, 반도체 내 적자 사업부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을 둘러싼 노노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영업이익에 기반한 성과급에 합의하면서 유사한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하투(夏鬪)를 앞둔 주요 대기업 노조들은 이미 회사 이익을 성과급으로 우선 분배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창사 후 첫 파업에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의 20%, 최근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된 카카오는 최대 15%를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들도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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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 위기는 간신히 한숨을 돌렸지만 산업계 전반에 드리운 먹구름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해외 주요 기업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번 돈을 모조리 쏟아붓는 상황에서, 한국만 투자를 뒤로 미루고 이익 배분에만 골몰하고 있을 순 없다. 무리한 분배 요구와 사회적 갈등을 방치하다간 자칫 국가 경제력을 훼손하는 ‘망국병’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