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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계엄 반성한다더니 개헌 반대”… 국힘 “계엄 옹호 프레임 씌워”

입력 | 2026-05-09 01:40:00

[39년만의 개헌, 결국 무산] 국힘 필리버스터 카드에 개헌 좌초
우원식 “국힘은 역사의 죄인 될 것”
16분간 작심 비판… 눈물 훔치기도
靑 “최소한의 개헌, 반대 납득 안돼”
국힘 “與, 지방선거 우위 선점 저의”



‘개헌 무산’ 지켜보는 학생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청을 온 학생들이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개헌안과 50개 민생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한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모든 법안을 상정하지 않고 산회를 선언했다. 뉴스1


6·3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국민의힘의 반대에 결국 무산됐다. 이번 개헌안에는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에 대한 개편이 담기지 않은 데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정당이 모두 찬성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39년 만의 개헌이 성공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꺼내 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에 결국 제대로 표결도 하지 못한 채 좌초된 것.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후 여야 합의를 통해 권력구조를 포함한 전면 개헌을 주장했지만 개헌 동력을 되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필리버스터에 좌초된 개헌… 우원식 “역사의 죄인 될 것”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국회 본회의 개의를 선언한 뒤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 오는 6월 3일 개헌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는 오늘로서 중단됐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 106명 전원이 표결에 불참해 개헌안 처리 시도가 ‘투표 불성립’으로 끝나자 10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개헌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개헌안을 포함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맞서자 개헌안 처리를 더는 시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개헌안 의결을 위해선 재적 의원 286명 중 3분의 2인 191명이 찬성해야 해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의 이탈표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국회 승인 없는 대통령 비상계엄을 무효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안 처리는 결국 불발됐다. 우 의장은 개의 선언 후 16분간 개헌 표결을 반대한 국민의힘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개헌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하고, 쟁점이 없어서 내용에 반대할 것도 없다고 하면서 여야 간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한, 내용에 대한 반대가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며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의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 간 거냐”며 “만약에 20년, 30년 후에 이런 불법 내란이 또 벌어진다면 정말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했다. 29일 임기를 마치는 우 의장은 본회의 종료 선언 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마음대로 하지 말라”, “법부터 지키세요”라는 고성과 야유가 터져나왔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몽니 정당” 등의 고성으로 맞받았다. 본회의 종료 후엔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과 박충권 의원이 “졸업여행 간다”며 우 의장이 10∼16일 네덜란드와 케냐 순방을 앞두고 있어 개헌안 상정을 안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회의장실은 “저급한 인식과 태도”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 국민의힘 “계엄 옹호 프레임 씌우려는 저의”

여야는 개헌안 처리 무산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개헌을 필리버스터까지 동원해서 막은 것은 국민들로부터 큰 지탄과 심판을 분명히 받을 것”이라며 “필리버스터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선 국회법 개정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계엄 옹호 정당이라는 고약한 프레임을 뒤집어씌워서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저의”라고 했다.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민들은 국가의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개헌마저 반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우실 것”이라며 “후반기 국회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개헌 논의를 이어가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후 개헌특위를 구성해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2028년 총선에 맞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개헌을 통과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1987년 개헌 이후 한 정권 임기 내에 개헌 시도가 두 차례 이상 본격적으로 추진된 전례도 없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차기 대선과 총선이 가까워지는 2028년 무렵에는 권력 쟁취를 위한 여야의 이해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첨예하게 맞물릴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내용적 이견이 크지 않았던 단계적 개헌안도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음 개헌 논의는 더욱 수렁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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