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방/데이비드 린치, 크리스틴 매케나 지음·윤철희 옮김/824쪽·3만8000원·을유문화사
컬트 영화의 제왕으로 불린 데이비드 린치(1946∼2025)의 삶과 예술 세계를 파고든 전기이자 회고록이다. 장편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1977년)를 비롯해 ‘엘리펀트 맨’(1980년), ‘블루 벨벳’(1986년),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년) 등으로 현실과 무의식, 일상과 악몽이 뒤섞인 독창적 영상 세계를 구축한 감독이다. 기묘한 이미지와 불안한 정서는 그의 이름을 컬트 영화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2019년 국내 출간된 후 절판됐던 책을 린치 감독의 타계 1주년을 맞아 재출간했다.
책은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가 린치의 가족과 동료, 배우, 제작진 등 주변 인물 100여 명을 인터뷰해 쓴 전기와 린치 자신의 회고를 교차해 구성했다. 영화 밖에서 작품을 설명하길 꺼려 온 감독이지만, 이 책에서는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풀어놓는다.
그가 만든 영화의 많은 장면은 삶의 특정한 순간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 어둠 속 거리에서 본 나체 여성의 이미지는 ‘블루 벨벳’ 속 인물의 충격적인 등장 장면과 맞닿아 있고, 필라델피아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이른 나이에 아버지가 되며 느꼈던 불안은 ‘이레이저 헤드’의 기괴한 형상으로 변주됐다.
책은 린치의 작품 세계를 명쾌하게 해설한다기보단 그가 왜 끝내 설명될 수 없는 예술가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중요한 건 그 작업이지, 작업한 사람이 아니”라는 그의 말처럼, 책의 중심에는 한 감독의 성공 신화보다 작품을 향한 섬세한 이해가 녹아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